한국인들은 다 같이 설날마다 나이를 먹는다?!

그럼 우리 며느리한테 생일 축하 카드 보내야지..

by lotus

예전 미국살이 중 경험한 에피소드라 지금의 상황과 많이 다릅니다.


우리 집에 와서 공부하는 릴리아나와 함께 그날은 한국인들의 설날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아마 그때가 음력설 즈음이라 마침 내가 끓인 떡국-산타로사엔 없어서 근처 도시 아시안 마트까지 가서 사 왔던 떡국떡을 가지고 만든-을 나눠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나: 릴, 한국인들은 설날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씩 먹는다고 생각해.

릴: 엥?

나: 설날에 모여서 떡국 한 그릇을 먹고 "이제 나이 한 살 먹었네."라고 말한다니까.

릴: 정말 재미있다. 그럼 중국인과 일본인들도 그래?

나: 그건 아니래. 우리는 나이를 세는 방식이 그 나라랑 좀 다르거든. 한국인들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10달을 살기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1살이 돼. 그리고 설날이 되면 다시 나이를 먹거든? 그래서 어떤 아기는 설날 전날 태어났을 경우 이틀 만에 2살이 되기도 해~^^;

릴리아나는 나의 이 설명이 정말 이상하기도 하고 이해가 잘 안 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그러더니 대뜸 한다는 말이

릴: 연, 그럼 이번 설날에 내가 우리 며느리한테 생일 축하 카드를 보내야겠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진지한 표정)

나: 엥? 그건 아니야, 릴... 설날에는 다 같이 나이를 먹어서 생일축하 카드나 생일 축하 파티는 안 해. (이 문화를 어떻게 더 설명해야 할지 내 짧은 영어로는 더 이상 설명이 안.되.었.다.)


서양인들은 우리나라의 이런 나이 먹는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막 태어난 아기가 한 살이란 것도 이해가 안 되지만 개인주의적 문화에서만 살아온 그들로선 단체로 나이를 같은 날 먹는다는 건 진짜 이해가 안 되는 것일 것이다. 아마 내가 알기론 같은 동북아 문화권인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만 나이를 사용한다고 하니 이 문화는 우리나라 사람들만의 고유한 나이세기 문화인 듯하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비용 때문에 매년 바꿔야 한다 아니다 하는 논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안다.


이미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지금은 만 나이로 나이를 세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에게 익숙했던 나이와 설날 이야기가 기억나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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