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이 쉽게 빠져드는 심리적 오류와 착각
국내 대기업에서 2008년부터 약 4년간 신입 혹은 인턴 학생을 대상으로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채용에 관한 전반적인 일을 맡았다. 2008년의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후반의 사회 초년생이었고, 그땐 미쳐 알지 못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면접관이 쉽게 빠져드는 심리적 오류와 착각"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을 뽑거나 혹은 반대로 어느 회사나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록으로 남겨둔다. 다만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라 모범답안을 바란다면 번지수 잘못 찾은 거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대대로 기록을 남기는 걸 무척 좋아하는 민족이다. 조선왕조실록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선조들의 투철한 기록정신은 오늘날 직장 내 깊숙이 보존되어 매일매일 회의록을 작성하게 만드는 건 또 다른 유산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직급이 낮은 사람이 회의록을 쓰는 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게 없다는 것도 지겨운 굴레인 듯하다. 아무튼 이 정도 되면 삶을 기록하는 것인지, 기록하려고 살려는 것인지 주객이 전도되는 느낌마저 든다.
이것도 몰라?
많은 면접관들이 대면 평가를 할 때 해당 분야의 배경 지식을 물어본다. 전문용어도 적절히 곁들여 가면서 말이다. (전문용어라고 부르기 다소 민망할 때도 있다. 괜히 거들먹거리는 외국어와 그 뜻을 알았을 때는 허무함이 밀려오는 약어들이 대부분일 때가 많다. 면접관 자신도 습관적으로 내뱉는 단어이긴 하지만, 이런 말들이 상대방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기 일쑤니 당황하지 말고 모르면 그냥 물어보자.)
대답을 잘 하면 지원자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고 대답을 잘 하지 못하면 호감이 떨어진다. 대답을 잘 하지 못한 지원자는 스스로도 대답을 잘 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는지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후에는 잘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나와도 버벅대기 일쑤다.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우선, 단순 지식을 물어보는 면접관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내 경험상 면접관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지원자보다 우위에 두려는 경향이 있다. 너는 모르고 나는 알고 있다는 지적 우위에 놓인 면접관의 기분이 어떨지는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되지 않는가.
지원자 입장에서는 잘 모르거나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주어졌을 경우, 매우 공손하고 우러러보는 심정을 표정에 담아 '무지한 저는 잘 모르겠는데 똑똑한 당신이 알려줄 수 없나요'라는 호기심 가득 찬 얼굴로 거꾸로 면접관에게 질문하면 꽤 적절한 반격이 될 수 있다. 다만, 아주 많이 아니꼬울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내적 성장을 다져야 한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단순 지식을 물어보는 질문은 피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면접 환경은 20~30분 내에 서너 명의 면접관이 1명의 지원자를 상대로 파상공세를 펼치는 학익진이 기본적인 배치다. 이런 배치 상태에서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긴장해 있는 것이 정상이다. 오죽하면 청심환을 먹고 들어오겠는가. 우리가 담력 테스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면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라도 선발하려는 참인가. 그런 상황에서는 평소에 잘 알던 것들도 기억해내기 어려운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편적인 지식을 물어보는 면접관의 자세는 수년 동안 받아온 주입식 교육의 또 다른 산물이란 말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배운 데로 행하는 것이다.
역시 난 사람 볼 줄 안다니깐!
기본적으로 면접관이라는 감투를 쓰게 되면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역술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다시 말해 자신은 사람을 알아보는 탁월한 선구안을 갖고 있어서 뽑아야 할 사람과 뽑지 말아야 할 사람을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안다는 이상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는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 때 면접관으로 들어가서 질문을 하나도 하지 않고 점수를 매긴 적이 있다. 그리고 지원자와 마주하는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직관적인 판단으로 점수를 매긴 적도 있다.
내가 참석하는 면접에는 늘 나를 포함하여 4명의 면접관이 들어갔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내가 그렇게 매긴 점수가 나머지 세 명의 면접관이 준 점수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내가 80점 준 지원자에게 다른 면접관들이 40점 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면접관들이 주는 점수대가 대체로 비슷하더라는 것이다. 격차가 크게 나는 지원자는 소수일 뿐이다. 이 당시 나는 정말 돗자리 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술인이나 무당이라도 된 줄 알았단 말이다.
그땐 정말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사 관련 업무를 하시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관점을 바꿔 다시 생각해보기까지는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것은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있다기보다는 그 자리에 앉으면 누구나 비슷한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20~30분 내에 치러지는 일반적인 다대일의 학익진 면접에서는 누구든지 면접관 감투를 쓰면 지원자를 바라보는 눈이 비슷하게 작동한다. 내 경험상 이런 채용시스템은 최선을 선택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선택을 하게끔 작동하더라. 면접관의 마음가짐이 꼭 뽑아야 할 사람만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떨어뜨릴 이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을 발견하도록 세팅되어 있다. 모든 면접관이 이런 마음으로 앉아 있는데 어떻게 다른 점수를 매길 수 있겠는가. 채용에 대한 실제적인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면접관으로 앉아있다.
이런 마음가짐은 다수의 면접관이 참여하는 시스템과 커트라인 점수제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제도가 면접관들이 책임감을 서로 나눠 덜 수 있고 기준점에 얼마나 미치나 못 미치나를 측정하게 만들기 때문에 적당히 평가하게 만든다고 본다.
바로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다고 생각해 보라. Pass or Fail 뿐이지 않겠는가.
Human is NOT resource.
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인간(Human)을 자원(Resource)으로 보는 관점을 먼저 바꿔야 한다. 내가 대기업에서 채용 일을 할 때는 몰랐지만 한발 떨어져 다시 생각해 봤을 때, 과연 나는 인간 중심의 관점을 갖고서 채용에 임했는가라고 물어보게 된다.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는 것이 먼저다. 오만하거나 자만할 여지가 없다.
사실 말은 참 쉽다. 산업혁명 이후로 자리 잡힌 인식의 문제가 그리 쉽게 바뀌겠는가.
요즘은 몇몇 회사에서 인사팀을 피플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조금씩 느껴지긴 한다.
이렇게 관점이 바뀐 토대 위에서 인사 시스템이 함께 개선되어야 한다. 기업의 인사 채용시스템은 사실 대학 교육과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쉽게 끝내기 힘든 부분이라 다음으로 미루겠다.
나는 지금은 스타트업에 몸 담아 사람을 뽑는 일도 겸하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상황은 바뀌었지만 사람을 뽑는 일이 가장 어렵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