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나를 보낸다
요즘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 시즌인가 보다. 삼성 채용이 이번 주까지라는 기사를 본 듯 하다.
문득 회사에서 사람 뽑던 생각이 나서 몇 자 끄적여 본다.
자소서. 원어로는 자기소개서라고 한다. 정말 수천개의 자소서를 읽어 보았다.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자소서는 다 고만고만하다. 특별히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거나 하는건 채용 시즌별로 극히 몇 개 되지 않는다. 입장 바꿔서 생각해 보라. 기업의 채용 담당자가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그에 반해 지원자 숫자는 어마무시하다. 담당자 몇 명이서 그 많은 지원서를 꼼꼼하게 정독했다가는 날샌다. 기억도 안 날뿐더러.
무엇보다 자소서는 막힘없이 쉽게 읽혀야 한다. 그래야지 보는 사람이 빨리 읽을 수 있다. 여기에 흥미로운 점이 하나 숨어 있다. 자소서를 작성하는 지원자는 무슨 내용을 채울지에 대해 제일 많이 고민한다. 하지만 그걸 읽어보는 채용담당자에게는 내용보다 먼저 형식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자소서는 쉽게 읽혀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인즉슨,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글을 읽어 내려갈 때 막힘이 없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오타가 없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띄워쓰기와 문단 구분 등이 적절하게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때로는 승패를 결정한다. 다시한번 입장바꿔 생각해보라. 채용 담당자 한 명이 봐야 하는 자소서가 몇 백개씩 되는데 하나의 자소서가 제대로 읽히지 않아 두번 세번 읽게 되면 과연 그 자소서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런 건 당연히 기본 아니야?" 라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을 하지 않아 면접조차 해보지 못하고 떨어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니 제발 워드프로세서의 맞춤법 검사 기능을 좀 활용하자. 자신이 작성한 자소서의 완성본은 워드프로세서 상에서 빨간 줄이 없어야 한다.
오타를 모두 손봤다면 그 다음은 자신이 작성한 글을 3번 이상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소리내어 읽는다는 게 중요하다. 3번 읽는 동안 입에 달라붙는 걸 느꼈다면 문장은 완벽하다. 여기서 완벽하다는 건 내용적인 면이 아니라 상대방이 읽기에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본인이 읽었을 때 문제가 없다면 최소 1명 이상 다른 사람에게도 읽어 보게 하라. 이게 참 부끄러운 대목이다. 부끄러워서 본인이 작성한 자소서를 남에게 보여주기 몹시 꺼려한다. 지금 그게 문제인가. 취업을 하냐 못하냐의 기로에 서 있는데. 확률을 높이려면 뭐든 해야지. 부끄러움은 잠깐이다. 그 정도는 참아보자.
다른 사람에게 자소서를 읽게 하는 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사실 다른 사람이 내가 쓴 자소서에 대해 칭찬은 별로 안 한다. 하지만 지적질은 잘 한다. "어...잘썼네..." 이런 반응이 나오면 자소서 내용이 별로라는 거다. 여기서 또 흥미로운 대목이 등장한다. 자소서를 읽게만 했는데도 받아 본 사람은 마치 채용 담당자인 것처럼 말한다. 그 순간 평가자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내 경험상 대부분 그러했다. 역시 인간은 남의 단점을 지적하길 참 좋아하는 동물이야. 새삼느낄 수 있으리라.
핵심만 다시 정리하면 오타 점검, 소리내어 읽기 이렇게 딱 두 가지다.
이상은 제 개인 블로그에 있던 글을 브런치로 옮겨 놓은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