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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연 Dec 01. 2017

[디지털] 우리의 삶과 생각을 바꾸다

책대책, 비교하며 읽는 재미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 
vs. 아날로그의 반격


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요즘, 디지털 시대라는 단어와 그에 따른 삶의 변화라는 부분은 말하기도 진부할만큼 이제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 되었다. 더 편리해지고, 더 빨라지고, 더 스마트해진 시대. 그런데 가끔은 이런 디지털 혁명들이 부담스러워질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24시간 디지털에 연결된 세상을 살아가니 여유가 사라져버리고, 모든 것을 검색 하나로 찾아낼 수 있으니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굳이 친구를 만나거나,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그 친구가 살아가는 소식을 볼 수 있으니 친구에 대한 니즈도 약해지고, 손 안의 창만 열면 재미난 것이 무궁무진하니 버스 창 밖도 볼 여유가 없어졌다.
  
이런 디지털 시대의 이면을 파헤친 책이 있다.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 디지털 시대의 인류의 기억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지에 관한 책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와,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며 오히려 아날로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책 <아날로그의 반격>이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우리가 숨 쉴 때마다 바뀌고 있다. 
앞으로 계속 바뀔 것이다.

_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 중에서


2017년 여름, 기업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랜섬웨어’는 사용자 PC를 인질로 삼아 돈을 요구하는 보안 공격이었다. 랜섬웨어 공격을 당하면 컴퓨터 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게 되거나, 저장한 사진이나 문서 파일 등을 열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그동안 쌓아둔 데이터가 모두 날아간다는 것은 사실상 업무를 마비시키고 기업의 생존까지 위협할만한 사안이었다. 그만큼 디지털 정보는 중요해졌다.


디지털 시대에서의 데이터는 방대한 정보를 아주 쉽게 보관할 수 있게 해줬다. 굳이 머릿 속에 다 넣을 필요가 없어졌고, 덕분에 검색이라는 간편한 방법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만약 그 정보가 한순간에 날아가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디지털 시대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정보를 기억하고 보존할까? 우리의 선조들은 문자로 그 시대의 문화적 성취를 기록해왔다면, 후손들은 지금 이 시대를 무엇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까?




<기억이 사라지는 시대>는 문화사학자이나 디지털 콘텐츠 큐레이터인 저자가 디지털 기억 시대의 현상을 진단하고, 과거 인류가 기억을 보존해온 방식을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가 기억을 어떻게 전달하고 다루어야 할지를 살펴보는 책이다.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가 싶은 이 시대에 ‘기억’이라는 주제로 이와 같은 연구를 해낸 것이 무척 흥미롭고 의미있는 작접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적 니콜라스 카는 이 책을 일컬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단히 넓은 시야로 디디지털 시대의 미래를 조망한다. 저자의 경고를 허투루 듣지 말아야 한다. 잘못하면, 21세기 역사는 거대한 빈칸으로 침묵 속에 남을지도 모른다.”고.






아날로그 경험은 디지털 경험이 주지 못하는 실제 세계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지만
때로는 디지털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는 최고의 솔루션이기도 하다.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기록할 때는 키보드나 터치스크린이 펜을 이기지 못한다.

_ <아날로그의 반격> 중에서


레코드판, 수첩, 종이책 … 이 단어들을 들으면 ‘아직도 그런 걸 사는 사람들이 있어?’ 라는 생각이 드는가? 여기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대도시 스타벅스 매장 손님들은 여전히 몰스킨 수첩에 메모를 하는 손님들이 많다. 의류 매장인 어번 아웃피터스는 다양한 모델의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여 놓았고, 식료품 매장인 홀푸드는 레코드판 판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전자 기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럭셔리 워크숍과 마인드풀 명상 강의가 급증했고, 온라인 시장을 열겠다던 아마존도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었다. 뭔가 지금의 흐름과 다르게 느껴지지 않은가?

<아날로그의 반격>은 비즈니스 및 문화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아날로그 트렌드를 포착해 2016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으로 뽑힌 책이다.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디지털 시대를 역행하는 흐름이 보이는 것을 포착한 저자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어떤 부분에 아날로그에 홀릭하는 것이지 등이 궁금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활자 인쇄기 제작사와 문구 회사들이 모든 도시에서 새롭게 등장하고 있으며,
가장 잘 팔리는 출판물 중에는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북도 끼어 있다.
새로운 펜, 문구류, 종이에 특화된 작은 매장들이 세계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다.


아날로그의 경험은 디지털 경험이 주지 못하는 실제 세계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주며, 때로는 더 나은 결과물을 내놓기도 한다. 그래서 디지털을 반대라하는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의 장점을 적극 반영해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라고 말한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동시에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니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의 첫 머리에 "비록 나는 컴퓨터를 사용해서 이 책을 썼고, 독자들 중에는 전자 기기를 이용해서 이 책을 읽는 사람도 있겠지만 책은 아날로그적인 환경에서 가장 잘 읽히다"고 썼듯이 '책은 종이책이 진리'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나도 이 책은 전자책으로 읽고 말았다.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고 편리한 장점은 가끔 '즐거움'도 이길 수가 없나보다.


 아날로그의 반격, 데이비드 색스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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