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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연 Oct 29. 2018

할로윈 잘알못이 할로윈에 대처하는 자세





언젠가부터 우리도(?) 즐기게 된 축제 할로윈. 내 인생에 할로윈 따위는 없을 줄 알았는데 유치원을 다니는 딸내미가 10월이 시작되자마자 '할로윈, 할로윈'을 외친다. 그나마 할로윈 의상을 챙겨 오라는 말이 없다는 걸 다행이라 여기면서도, 이 아이와 대체 무엇을 해줘야 할지 고민에 빠져버렸다.

할로윈 잘알못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다이소에 들려 호박에 눈 코 입을 파서 만든다는 '잭오랜턴' 장난감을 몇 개 사와 장식을 해두는 것. 그리고 아이들과 판타지 동화를 찾아 읽는 것이다.

덕분에 나도 판타지 소설에 빠져들었다. 할로윈도 책으로 밖에 못 즐긴다는 게 좀 부끄럽지만, 이렇게 타고난 걸 어떡하겠는가. 나가면 차 막히고, 사람 많고, 복잡하기만 한 이런 땐 집에서 책 읽는 게 최고지!   






저주받은 아이, 이븐타이드에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네버무어>







호주 작가 제시카 타운센드의 소설 <네버무어>. 해리포터를 잊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또 다른 판타지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재밌는 소설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고, 곳곳에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가득 넣어, 자신의 운명에 맞서는 매력적인 주인공까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원터시 공화국에서 이븐타이드에 태어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이븐타이드는 한 연대를 마감하는 날로 그날 태어난 아이는 저주를 받아 다음번 이븐타이드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 저주받은 아이는 살면서 주변에 불행과 재앙을 몰고 온다고 알려져 국가에서 따로 관리한다. 그 아이가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모리건 크로우이다. 

모리건은 열한  살 생일날 죽어야 하지만 이븐타이드가 시작되는 날 그녀 주변에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곧 죽을 자신에게 입찰을 넣어 데려가겠다고 하기도 하고(이 세계에서는 초등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교육 기관의 입찰을 받는다. 당연히 우수한 아이들만 데려간다), 정체 모를 계약서가 도착하기도 하고, 그 계약서의 주인공이 모리건을 데려가겠다며 집에 찾아오기도 한다.

읽다 보면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데 역시나 이 책은 20세기폭스와 판권 계약이 되었다고. 술술 읽힘은 물론 판타지적 세계관이 눈을 반짝이게 만들어주는 소설이다.






히어로보단 빌런, 공주보단 마녀가 좋아!

<디즈니의 악당들> 사악한 여왕, 저주받은 야수






언젠가부터 빌런이 좋아졌다. 착한 이야기는 재미없어서라고 하기보단 주인공보다는 그들을 더욱 빛나게 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좋아졌기 때문이다. 어릴 땐 내가 이 세상의 중심이고,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커가면서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 역시 수많은 조연 중 하나임을 알게 됐다. 그래서일까. 주인공보다는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 나와 같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악당들>도 바로 그 조연들의 이야기다. 백설공주를 빛나게 했던 계모, 인어공주를 빛나게 했던 바다 마녀가 주인공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속 우르술라의 프리퀄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영화에서는 에리얼의 결혼을 막기 위해 인간으로 변장해 등장하지만, 우르술라는 한때 인간의 모습으로 인간 세계에 살아갔던 적이 있었다. 바다 세계에서 버림받고 인간 세계에서 살아갔던 것.

인간도, 인어 세계도 속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된 우르술라. 하나뿐인 오빠는 권력에 눈이 멀어 동생을 지켜주지 않았고, 힘들게 다시 꾸린 가족은 자신의 이중적인 정체성 때문에 무너진 비극의 주인공. 우리가 보는 건 빌런들의 악행이지만, 어쩌면 빌런은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건 아닐지. 나의 작은 말투, 행동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어두운 그림자와의 대결!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






실존하는 인물,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는 더 쉽고, 강력하게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바로 이 판타지 소설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처럼 말이다. 

실존하는 대저택 빌트모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미국 철도 산업을 주름잡던 대부호 밴더빌트 가문의 개인 저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 속 사실과 실존 인물들 역시 등장한다. 그리고 그 대저택 지하에 숨어 살며 늘 존재를 감춰야 하는 소녀 세라피나를 주인공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라피나는 남들과 다르게 생겼다. 여덟 개의 발가락, 기형적인 쇄골, 도드라진 광대뼈까지, 그래서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두고 빌트모어 지하에 숨어 산다. 그런 세라피나를 정체 모를 검은 망토가 위협한다. 검은 망토는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내다 어느 순간 대저택을 공포로 덮어버리고, 세라피나는 검은 망토를 적수로 싸우기 시작한다.

'다르다'라는 것에 대해 알면서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른들. 그리고 그 속에서 상처받는 아이들. 비록 판타지이지만 그 핵심은 너무나 현실적인 현실 속 이야기가 아닐까. 재미는 보장, 또 다른 생각들은 덤으로 얻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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