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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Oct 17. 2024

누가 나와 동거할 소리를 내었는가

찰떡궁합 동거인 찾기

친구랑 동거하기로 하고 이사 날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친구랑 싸우지 않고 잘 살 수 있을까? 주변에서도 같이 살면 싸우지 않겠냐는 우려 섞인 말을 건넸다. 차라리 모르는 사람이랑 사는 거면 한번 살아보고 안 맞으면 서로 안 보면 그만이다. 그런데 친한 친구랑 사는 거라면..? 같이 사는 게 설레면서도 걱정도 커졌다.


나와 동거인은 중학교 때 처음 만났다가 다른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며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다 20대 중반의 문턱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지금껏 친하게 지내고 있다. 10년도 넘은 소중한 관계인데 괜히 동거했다가 서로의 모습에 실망하여 영영 멀어지면 어떡하지? 그런데 돌다 리 건너려다 물에 빠지는 게 무서워서 망설일 수는 없다. 일단 살아보기로!


다행히 걱정과 달리 우리는 의좋은 형제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오히려 회사에서 탈탈 털리고 집에 가면 동거인이 따뜻한 말로 위로도 해주고, 맛있는 요리로 격려도 해준다. 우울한 감정에 빠져있을세 없이 밥 먹고 설거지를 마치면 마음의 얼룩도 깨끗해진다. 동거생활에서 어디에 사는지 만큼 누구와 사는지도 정말 중요하다. 만약에 지친 채로 집에 왔는데 집에서도 동거인 눈치가 보이고, 사소한 것들로 다툼이 벌어진다면 정말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우리는 친구 였다가, 동거인이었다가, 식구였다가, 말동무이다. 서로를 호칭하는 수식어가 늘어난다.

나는 운이 좋아 지금의 동거인과 함께 살고 있지만, 동거를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을 하고 싶다. 과연 우리가 서로에게 좋은 동거인이 될 수 있을지.





위생 관념이 서로 맞나요?

여자 둘이 사니까 매일 바닥을 쓸어도 뒤돌아보면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다. 헨젤과 그레텔은 집을 찾아가려고 과자 조각을 떨어트렸다지만, 우리는 왜 집에 있는데 지나온 길마다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는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말고도 설거지통에 쌓인 그릇, 신발장에 방치된 택배 상자, 물 마시고 아무 데나 둔 컵 등.. 위생 관념이 서로 다르면 같이 사는 공간 곳곳에 삐용삐용 싸움 경보가 울릴 것이다.


각자 방이 있어도 거실과 부엌, 화장실 등 공간을 함께 쓰니까 위생 관념과 청소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서로가 생각하는 청결 기준이 다르면 사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정리정돈, 청소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각자 집안일의 책임과 역할을 정하는 것도 추천한다.




집에서도 익스큐즈미~

실례합니다. 혹시 제 친구를 초대해도 될까요? 거실에서 음악을 틀어도 될까요? 밤늦게 전화통화를 해도 될까요?


혼자 살 때는 아무렇지 않게 했던 행동인데 같이 살면 나의 행동이 상대방의 예민 버튼을 누르게 할 수도 있다. 둘만 되어도 단체생활이라 상대방의 의중을 미리 물어보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예전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유튜브를 틀어놓았는데, 친구랑 둘이 동거한 뒤로는 친구의 아침잠을 깨울까 봐 발걸음도 소리가 나지 않게 신경 쓴다. 머리 말릴 때도 방문이 꽉 닫혔는지 확인하고 드라이기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조심조심..(누가 기침 소리를 내었는가~ 궁예가 생각난다.)


코로나도 아닌데 기침소리는 날 수 있잖아요....


친구도 내가 잠든 밤에는 거실에서 하던 일을 방에 가져가서 한다. 이렇게 먼저 말하지 않아도 서로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어느 한쪽의 희생만으로는 즐거운 동거생활을 이어나갈 수 없다. 또 자신의 예민한 부분에 대해서 상대에게 먼저 말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상대방이 나와 동거하기에 적합한 사람인지 따지기 전에 스스로도 돌아봐야 한다. (알고 보니 내가 빌런일 수도!) 내가 다른 사람이랑 살기에 괜찮은 사람인지, 너무 예민하거나 더럽지는 않은지 말이다.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고 편한 사람이라면 굳이 동거를 권하고 싶지 않다.


혼자 살 때는 어떻게 살든, 내 방이 얼마나 더럽고 어지럽혀 있든 아무 상관이 없다. 나만 괜찮다면. 그런데 둘이 사는 건 다른 사람의(동거인의) 시선이 나의 생활에 들어오니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데 나의 경우엔 그 신경 쓰임이 스트레스가 아니고, 나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잘 돌보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다. (혼자 살 때보다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한다! 빨래도 마르면 바로바로 갠다. 전엔 빨래 개는 게 귀찮아서 널어놓은 상태에서 마르면 그대로 입었다. 빨래 건조대를 옷장처럼~ㅎ)


사는 건 여행이랑 다르다. 친구랑 여행 갔는데 여행 스타일이 안 맞으면 여행 기간에만 꾹 참으면 된다. 그런데 동거생활은 매일매일 일상의 반복이다. 평온한 동거생활을 위해서 꼭 동거를 하기에 앞서 서로의 예민한 부분과 생활습관, 동거생활에서 바라는 점 등을 미리 터놓고 이야기해 보기를 바란다.


돌다리를 미리 두드려보고 튼튼한 돌다리라고 생각되면 그땐 거침없이 신나게 건너보자~! 동거생활은 기대 이상으로 재밌다.


우리집 요리 담당 동거인의 카레/ 한강 노벨 문학상 수상의 기쁨도 함께 누릴 수 있는 동거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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