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에 도움 되는 신박한 물건들
우리집은 30년도 넘은 빨간 벽돌의 오래된 주택이다. 친구랑 둘이 동거하기로 하고 신축 투룸 빌라를 알아봤는데 대부분 둘이 살기엔 퍽 좁았다. 엘리베이터와 풀옵션 가전제품이 좋아 보였지만 동거생활에 적합한 집은 아니었다.
차라리 오래돼도 깨끗하고 조금이라도 넓은 집에 살자며 손품과 발품을 팔다가 지금의 빨간 벽돌집을 구하였다. 아니 이 집이 우리의 동거생활을 구해주었다! (집 찾기의 자세한 이야기는 '이별의 5단계를 거쳐 서울 월세방 구하기 1‘ 참고)
텅 비었던 집에 가전과 가구들이 채워지고 귀여운 소품들이 더해지며 비로소 우리집이 되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집 잘 구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내가 여기서 만족하고 이대로 사는 사람이라면, 나의 동거인은 이제 이 집을 자기의 손길로 꾸미는 사람이다. 이건 좀 미니얼라이프, 맥시멀리스트와는 다른데 동거인은 동거생활에 실용적이고 쓸모 있는 아이템들을 잘 찾는다. 심지어 가격도 1만 원 내외로 저렴하다.
동거인이 구매한 신박한 자취템들을 사용해 본 소감은 정말 대만족이다. 어떻게 이런 유용한 것들을 손쉽게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도 있는지! 역시 자취생들에게는 다이소가 짱이다. 동거인이 아니었으면 이런 물건들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나처럼 없으면 없는 대로 적당히 만족하고 적응해서 사는 사람들은 몰랐을 살림에 유용한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전성 정리(인터넷선, 에어컨선 가리개)
거실 한쪽 벽에 늘어진 인터넷 선과 에어컨 선을 깔끔하게 가릴 수 있는 가리개가 있다. 심지어 길이에 맞춰 구매도 가능하고 페브릭 재질이라 인테리어에도 깔끔하다. 찍찍이로 되어 있어서 보기 싫은 선을 감싸기만 하면 되니 설치도 아주 간단하다. 동거인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나는 거실에 늘어진 인터넷 선을 흐린 눈 하며 그대로 살았을 것이다.
현관문 우산걸이
현관 한쪽에 장우산을 세워 놨었는데 정리정돈의 고수 동거인은 현관문 우산걸이를 구매했다. 이제 우산에도 집이 생겼다. 우산걸이가 생기고 현관도 깔끔해졌다.
키친타올 걸이
그동안 키친타올을 부엌 싱크대 수납함에 넣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빼서 썼었다. 그런데 이제는 요리하는 중간에 수납함 열고 닫는 번거로움 없이 키친타올을 도르르~ 뜯으면 되어서 아주 편리하다.
문걸이 행거
요새 날씨가 추워져서 외투를 걸치게 되는데 외출하고 돌아와서 외투와 모자를 문걸이 행거에 걸어둘 수 있어서 완전 편하다. 옷걸이를 두기엔 방이 좁고, 매번 옷방에 가서 외투를 정리하기는 귀찮았는데 이젠 편하게 내 방에 걸어둘 수 있어서 좋다. 심지어 문걸이 행거는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 있으니 자취하는 분들에게 완전 추천한다!!
창문 가리개 (쉬폰페브릭 포스터)
동거인의 방에 걸린 쉬폰 페브릭 포스터인데 방의 분위기도 좋게 하고 사생활 보호도 돼서 추천한다. 은은하게 빛도 들어오고 윤슬, 숲 등 취향에 맞춰 다양한 풍경도 고를 수 있다. 쉬폰 페브릭 포스터는 창문의 크기에 맞춰 주문을 하면 되고 가격도 비싸지 않다. 요새 감성 있는 카페의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종종 볼 수 있다. 감성도 충족하고 실용성도 있는 아이템!
분리수거함
주택은 아파트, 빌라와 달리 따로 분리수거함이 없어서 난처했다. 처음엔 쇼핑백이나 박스에 분리수거 용품을 모아두고 버렸었는데 분리수거 용품이 노출되어 보이자 지저분한 거 같았다. 내가 '좀 지저분해 보이나?'라고 생각하는 사이에, 나의 동거인은 집에 둬도 인테리어를 해치지 않고 깔끔한 분리수거함을 발견했다. 비닐봉투가 꽉 차면 묶어서 집 앞에 내놓으면 되어서 보관은 물론 버리기도 아주 편리하고 무엇보다 집이 깨끗해졌다.
이외에도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부엌선반, 동거인꺼지만 내가 더 자주 신는 지압슬리퍼, 화장실 청소도구걸이가 있다. 나의 동거인은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만큼 세심한 손길로 집안의 정리정돈을 책임지고 있다.
역시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온다고, 이번에 소개할 아이템이 단연 최고다. 늦은 밤 아무도 없는 집에 쓸쓸하게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것이 있다.
이케아 LED 센서등
현관에 자동 센서등이 없어서 밤늦게 불 꺼진 집에 들어가면 집안이 온통 깜깜하다. 어둠에 적응하며 거실 불을 켜야 집안이 환해진다. 괜히 넘어지기라도 하면 위험해서 나는 집에 들어설 때 핸드폰 플래시를 켰는데 동거인은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이케아에서 움직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불이 들어오는 LED 센서등을 구매해서 현관문에 부착해 두었다. 그래서 이젠 동거인이 없는 불 꺼진 집에 들어가도 센서등이 켜져서 무섭지가 않다. 작지만 꽤나 불이 환하게 잘 들어오고 움직임도 잘 감지한다. 우리집의 유일한 스타트홈 가전이다!(뻔뻔)
적어놓고 보니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생활에 유용한 아이템들이 정말 많았구나 싶다. 소개한 아이템들은 모두 동거인이 찾아서 구매한 것이다! (나는 뭘 한 거지?) 없으면 없는 대로, 뭐 이렇게 살아도 크게 불편한 건 없으니까~라는 생각으로 지냈는데 반성하게 된다. 우리가 함께 사는 집에 이렇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는 동거인에게 감사하다. 내 동거인의 본업은 대학원생, 부업은 홈프로텍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