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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Nov 01. 2024

내가 울면 따라 우는 동거인

집에서 느끼는 포근한 공기

회사에서 실수를 저질러서 하루종일 실수를 수습하느라 쪼그라드는 기분이 들었다. 팀부장님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앞으로는 더 꼼꼼히 확인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 뒤에도 왜 이런 실수를 했는지 스스로 실망스럽고 너무 한심해서 자괴감이 들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퇴근한 뒤, 집에 가는 버스에서도 내 실수만 떠오르고 후회가 되어 계속 나를 탓하였다. "한심해. 이런 실수나 저지르다니. 회사 사람들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겠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자 갑자기 눈물이 차올랐다. 한번 터진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아서 그냥 질질 짜면서 버스에 서있었다.(하필 버스에 앉을 자리도 없었음) 버스에 탄 사람들은 아마도 내가 방금 실연을 당했거나, 사연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버스에 내려서도 엉엉 울면서 집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동거인이 있었다.


어헝헝헝... 하면서 버스에서 우는 사람이 저에요

동거인은 영문도 모른 채 질질 짜면서 집에 들어온 나를 맞이한 것이다. "무슨 일이야???" 라고 묻더니 "왜 울어ㅠㅠ“라며 같이 울먹거린다. 정말 내 동거인은 친구 한정 F 인간, 완전히 공감형의 사람이다. 옆에서 누가 울면 같이 따라서 울어주는 착한 사람이 제 동거인입니다. 동거인이 우는 모습을 보고 나도 좀 더 울다가 울음을 그치고 둘이 거실 테이블에 앉았다. 나는 학교에서 있었던 속상한 일을 엄마에게 이르듯이 동거인에게 털어놓았다.


제 동거인도 누가 울면 같이 울어주는 따수운 사람


온전히 내 편인 동거인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실수하긴 했지만, 그 품의서를 결재한 팀부장도 놓친 거니까 잘못이라면서 내 잘못만은 아니라고 위로해 주었다. 앞으로 더 꼼꼼하게 하면 되니까 이번 기회에 배운 거라고 격려도 해주었다. 분명 방금까지 회사에서 공기는 나를 찌르는 가시처럼 느껴졌는데 집에 들어오자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는 공기처럼 느껴졌다. 동거인의 이야기에 맞장구도 치고, 반성도 하면서(말하는 중간중간에 또 울컥 o̴̶̷̥᷅  o̴̶̷᷄) 회사에서 생긴 상처가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동거인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기분이 좋아져서 동거인 어머니께서 보내주신 한우도 구워 먹었다. (동거인이 맛있게 구워 주었다) 역시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땐 고기 앞으로! 동거인이랑 밥을 즐겁기 먹고, 유튜브로 재밌는 영상을 보면서 동거인이랑 살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혼자 살았다면 집에 와서도 내 마음의 수렁에 빠져서 내내 속상해하다가 밥 먹는 것도 귀찮아하며 누워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배고파지면 그냥 집에 있는 걸로 대충 저녁을 때웠겠지.


혼자 살면 아마 이랬을 듯....흑흑


동거인이랑 같이 사는 집에는 온정이 흐른다. 며칠 동안 여행 갔다 돌아와도 텅 비어 있는 집이 아니라 사람 냄새 갈 은 따뜻함이 있다. 정말 동거를 해보니 기쁨은 두 배, 슬픔은 절반이 되는 것 같다. 웃을 일도 늘었고 슬픔에 빨리 빠져 나올 수 있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이 높아졌달까? 내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인 집에 가면 언제든 볼 수 있는 사람. 나의 어떤 이야기든지 잘 들어주는 사람. 내 고민에 대해 진지하게 해결책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가끔은 챗GPT를 활용하여). 그런 사람이 나의 동거인이라 정말 감사하다.


나이를 먹자 친한 친구와도 사는 곳이 멀거나, 서로 바빠서 연락을 자주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떤 일이 생겨도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에, 이제 나도 그 이슈에서 어느 정도 멀어진 뒤에 털어놓게 된다. 그때의 털어놓음은 나도 그 감정에서 빠져나온 상태라서 담백해진다.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런데 친구랑 같이 산다는 것은 서로 날 것의 감정을 매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린 마음부터 분노의 감정까지 다채로운 모습의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다.


앞으로도 서로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가장 편안한 곳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안함을 넘어서 위로가 되는, 나를 챙겨주는 애정이 느껴지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집에 가면 재밌게 이야기 나눌 동거인이 있으니 나도 확실히 평일 약속이 줄었다. 집에 누가 있는 건, 함께 사는 것은 이런 것일까? 저녁 약속으로 집에 늦게 들어가도 동거인에게 밥은 잘 챙겨 먹었냐고 묻게 된다. 서로에게 건네는 '오늘 하루 어땠어?'의 인사가 참 좋다.


나랑 살아줘서 고마워 동거인 지구야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서 꾸준히 나를 바라봐주는 시선이 있어서 행복하다. 또 그 시선을 물리적으로도 가깝게 느낄 수 있어서 힘이 난다. 으랏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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