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 괜스레 뒤숭숭한 마음 앞에서
어떤 선택이든 그땐, 이땐 최선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마시기를요.
후회와 의심은 그다음 선택지에서 쓰여지면 족해요.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는 앞으로도 무수히 찾아올 겁니다.
이 말만큼은 확언을 드려요. 세 계절 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이 계절도 웅크려 잘 보내봐요.
평소 좋아하는 이주미 변호사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다가 이 문장을 발견하고 그저 좋아서 캡처하였다. 어떻게 이렇게 다정한 말씨로 단단한 말을 건넬 수 있는 건지. 나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여러 번 문장을 되뇌어 읽으며 내 마음에 새기려 했다. 문장을 통해 위로와 힘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12월 연말이 되면 연말을 핑계 삼아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왁자지껄하게 시간을 보내다가도 마음 한 구석이 뭔가 텅, 마음에 찬 겨울바람이 들락날락하는 기분이 들곤 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올해는 무엇을 했는지 되짚어 보며 나의 한 해에 대해 뭐랄까, 다정한 시선이 아닌 평가자의 입장에서 보게 된달까. 그러다 생각이 켜켜이 쌓이면 괜히 아쉬움이 남고 그 끝엔 꼭 우울하고 부정적인 기운이 스민다.
올해 나는 잘했나? 그 상황에 그런 나의 말과 태도는 옳았나? 지난 행동에 대해 생각의 호수에 “만약에~”라는 작은 나룻배를 띄우며 고민한다. 마치 시험에서 헷갈리는 문제를 풀 때 일단 3번 같아서 3번으로 표시하고 넘어갔는데, OMR 마킹을 하며 다시 풀어보니 정답이 2번 같기도 해서 고칠지 말지 너무 고민되는 기분? 그런데 꼭 이런 경우에 드물게 2번이 정답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이 처음 생각한 3번이 정답인 경우가 많다. 고치는 것보단 처음의 답을 믿었어야 한다.
지금 나도 나의 한 해 시험지를 다 풀었는데 그때 이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다르게 행동했으면 우리의 관계가 이어졌을까? 내가 너무 성급했던 것은 아닐까? 내 결정이 이게 맞나?라는 물음표가 문득문득 자주 떠올랐다. 그러던 와중에 이주미님의 저 문장을 발견하고 문제의 해설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구나. 당시에 나는 최선이었지.
결정에 대해서 누구보다 내 스스로가 가장 진심이었다. 당시 그 상황만 봐서는 급발진으로 보였을지도 몰라도 어쩌면 내 심연 아래에 있는 무의식이 발현된 것일 수도 있다. 이미 지나간 결정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말자. 이번 일을 경험으로 삼으며 다음번에서는 더 잘하면 된다. 이미 틀린 문제에 대해서 아 그때 고치지 말걸~ 해도 이미 늦었다. 다음에 안 틀리면 된다. 모의고사 때 실수했으면 수능 때 잘 보면 되고, 인생은 꼭 그렇게 정답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또 그 정답이란 게 사람마다 다를 수도 있다. 나만의 정답을 찾아가면 되는 거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는 앞으로도 무수히 찾아올 것이라는 마음에 웅크렸던 어깨가 펴지는 기분이다. 이번 한번 만이 나의 기회가 아니라는 사실이 정말 안심된다. 살아가는 동안에 더 좋은 기회가 있을 거고 그 기회를 알아볼 수 있도록 책도 읽고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면 된다. 이제 한해의 끝에서 뒤가 아닌 앞을 바라보며 한 해 고생한 나를 기특해하는 12월을 보내려고 한다. 칭찬이 각박해진 사회에서 나라도 나를 칭찬하고 아껴야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우리 모두 술고래 말고 칭찬고래가 되어봅시다. (웃기려고 적은 말인데 하나도 안 웃길 듯)
이 계절엔 집에서 편한 잠옷을 입고 새콤달콤한 귤을 까먹으며 자주 글을 써야겠다. 올해 칭찬해주고 싶은 것들 중 하나는 브런치를 시작한 일이다. 아주 장하다. 칭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