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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기회 Dec 13. 2024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

혼자 있으면 얼마나 편하고 좋아~



혼자 시간을 보내도 그렇게 적적하지 않을 때 세상은 연애 세포가 사라진 거라며 은근히 겁을 주지만, 나는 감히 말하겠다. 삶이란 그 순간 더 풍성해질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나에게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통찰력도 그때 생기는 것이라고.



곽정은 작가의 저서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연애 세포 부분에선 피식 웃다가, 삶이 더 풍성해지는 기반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오롯이 혼자인 시간은 나에 대해 깊이 파고들게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관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지 흐릿했던 마음이 선명해진다. 그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 뒤엔 다른 사람과도 건강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가 되고 싶다. 혼자 있어도 즐거운!


그런데 이 생각은 나의 바람이고 사실 난 혼자 있을 때 좀 심심하다.


주말 이틀 내내 약속인 날도 많고 약속이 없는 날에는 동네 카페라도 간다. 동네 카페에 가서 하는 일은 집에 혼자 있을 때랑 다르지 않다. 노트북 하거나, 책 읽거나. 만사가 귀찮거나(특히 머리 감기 귀찮거나) 아플 때 빼고는 하루 종일 집에 있는 날은 거의 없다. 하다못해 동네 산책을 나가서 빵집에 들러 빵이라도 사 와야 한다. 남들은 집에 혼자 있어도 유튜브 보고, 책 읽으며 시간을 잘 보내던데 나는 나랑만 집에 있는 게 편하긴 한데 그닥 재미는 없었다. 운이 좋게 넷플릭스 시리즈 중 재밌는 걸 발견하면 그걸 보는 낙으로 하루의 시간을 흘러 보냈다.


물론 중간중간 카톡도 확인하고 인스타그램으로 친구들의 일상도 둘러본다. 이렇다 보니 집에 혼자 있으면서 핸드폰 안 하는 사람이 제일 신기하다. 난 티비를 보면서도 카톡을 확인하고 바깥과 계속 연결되어 있는데.. 왜 나는 혼자 있으면 괜히 심심한 기분이 들지?


이랬던 내가 동거인과 함께 살게 된 이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보내게 되었다. 원룸이었던 공간이 거실과 방으로 분리가 되어서 그런지 거실 책상에서 책도 읽고 노트북으로 글도 쓴다. 퇴근하고 약속이 없는 날엔 혼자 영화를 보며 와인 한 잔도 마시게 되었다. 그런 시간을 보내면 혼자 꽤나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한 마음이 든다.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도서관이나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과 섞여 공부하는 것을 선호했던 것처럼 이 집이라는 공간을 친구와 함께하자 오히려 혼자의 시간에 집중력이 높아졌다.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으면 어느새 동거인이 귀가하고, 그럼 짧게라도 그날의 안부를 물으며 하루가 저물어 간다. 동거인이랑 살면서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아지자 문득 생각이 들었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동안 혼자 살 때 느꼈던 심심함의 감정이 사실은 외로움이었나? 외로움을 잘 안 느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그동안 혼자 집에 있으면 외로워서 약속을 잡고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나?


나 외로웠나...? 아님 진짜 걍 심심했는지돜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집에 혼자 있어도 동거인을 기다리며 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둘 다 집에 있는 날엔 내 방문을 꽉 닫고 방에 혼자 누워 있어도 예전처럼 심심하지 않다. 방문 넘어 거실에서 동거인이 타닥타닥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띠리링~ 동거인이 빨래를 하려는지 세탁기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생활 소음들을 들으며 어딘가 안심 되는 기분으로 나 혼자만의 시간에 빠져든다.


말 그대로 동거인, 같이 사는 사람의 존재로 혼자 있는 힘을 기르게 되었다니 아이러니하다.


혼자여서 괜찮고 편안한 하루여도, 누군가(친구, 룸메, 가족)와 함께 할 때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나를 이제 받아들여야겠다. 혼밥도, 혼자 떠나는 여행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지만 마음 맞는 상대와 함께 하는 일이 더 재밌다. 더 자주 웃게 된다. 하하하하하하하. 이런 나에게 나를 지켜봐 주고 격려해 주는 친구와 가족의 존재는 내가 혼자일 때도 씩씩할 수 있도록 단단한 뿌리를 내리게 해 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혹은 그냥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혼자여도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바탕에는 진짜 혼자가 아니라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나를 지지해 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도 이 글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에. 누군지 모를 상대방을 떠올리며 꾸준히 글을 써내려 나간다.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이어도 나의 세계에 나와 함께하는 존재들로 힘을 얻는다. 그렇게 혼자의 시간을 풍성하게 누리고 만끽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고 싶다.


추운날엔 특히 혼자력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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