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ㅎ 줍기

취향을 탐닉하는 일

by 위기회

허송세월 시간 보낼 때, 얼굴 찌푸려지는 뉴스로 짜증이 날 때,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을 때. 일명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모르는 이의 블로그를 탐닉한다. 일상의 한 장면을 담은 사진과 문장을 수집하다 보면 구겨졌던 마음이 펴진다.


주변의 소음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을 때 당장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내 취향의 블로그를 찾아 나선다. 방법은 네이버 검색창에 평소 좋아하는 공간을 검색하고, 최신순으로 이 공간에 다녀온 블로그를 읽는 것이다. 여러 블로그를 눈팅하다 보면 나와 취향이 비슷한 블로거의 일상에 닿을 수 있다.


이때 이미 너무 유명한 곳(예를 들어 런던베이글뮤지엄)을 검색하는 것보다 약간 마이너한(?) 나만 알고 싶은 곳을 검색하는 것이 좋다. 주로 나는 좋아하는 동네 카페나 빵집, 혹은 독립서점을 검색한다. 또 블로그 하루 방문자 수가 적은, 일기처럼 일상을 적은 블로그일수록 더 사적인 내 취향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한번 방문하고 인상 깊어서 '다음에 또 가야지'라고 생각했던 〈부비프> 독립서점을 검색했다. 이런 곳에 이런 서점이 있다고? 싶은 곳에 자리한 서점이라, 이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쩐지 나와 비슷한 취향이겠거니 싶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이 서점을 방문한 블로그를 읽다가 <치읓의 자리>라는 독립서점을 처음 알았다.


<치읓의 자리>는 광주에 있는 책방인데 이 책방을 소개한 블로그를 읽으니 정말 정말 취항저격이다. 이곳을 목적지로 삼으며 언젠가 광주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동안 한 번도 광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는데. 지도에 가고 싶은 곳을 별표 치고, 언젠가 그 별을 향해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뿐인데도 발아래가 두둥실 들뜨는 기분이다. 둥실둥실.


인스타로 보는 타인의 삶이 ‘내 잘난 일상을 봐봐. 난 이렇게 좋은 델 다녀왔어. 멋지지~' 라면, 블로그의 세계는 '강아지 귀엽다. 샌드위치 맛있다. 특별하진 않지만 소중한 내 일상 좋아'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블로그 글을 읽으면 따뜻한 수프를 호호 불어 먹은 것처럼 마음에 온기가 차오른다. 소박하지만 정감 있고 따뜻하다.


집과 회사를 반복하다 보면 당연히 하루하루가 팍팍하게 느껴진다. 깊숙이 들여다보자니 머리가 아프고 그렇다고 외면할 순 없는 현실 정치와 사회 뉴스에 자꾸 한숨이 나온 다. 후우~ 내 몸이 아는 건지, 안 좋은 기운을 뱉어내려 길고 깊게 한숨을 쉰다.


얼룩진 마음의 떼를 벗으려 누군가의 따뜻함이 스민 일상을 읽어 나간다. 그 일상에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발견하고, 그곳에 갈 날을 벼르는 것이 요즘에 나의 행복이다. 행복의 ㅎ이라도 주울 수 있도록 말이다. 일상에서 작은 ㅎ을 발견하고 줍는 것은 그 자체로 귀엽고 소중하다. 히읗들이 모이고 쌓이면 행복이 될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닮고 싶은 취향의 블로그를 수집하고, 블로그에서 소개한 밥집과 카페를 메모한다.


취향이 가득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은은하고 잔잔한 일상의 반짝임을 주는 그런 취향을 갖고 싶다.


는 소망으로 글을 마무리해요.

끄읏.




블로그의 글을 최신순으로 읽으면 좋은 점이 이 일상이 나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누군가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게 재밌다. 게시글의 제목만 봐도 이야기가 흘러넘친다.


블로그에는 익숙하고 편안해서 좋은 것들, 산다는 건 잡기술이 늘어난다는 제목과 같이 클릭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글을 잘 쓴단 말이지. 좋은 문장을 읽으며 나도 생각과 감정을 문장으로 지어가고 싶다는 생각에 오랜만에 힘 빼고 글을 적는다. 어떤 글은 내가 떠올리는 게 아니고 나한테로 오는 거 같다. 그런 날은 그냥 글이 써진다. 아주 아주 가끔 오는 귀한 날이다.




제 취향인 엘피샵, 채광 좋은 통창 카페,

플랫화이트 맛집도 꺼내 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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