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꿈꾸다, 결혼을 말하다.
30대 초중반인 친구들과 만나면 '나는솔로(예능), 결혼, 임출산(임신과 출산), 부동산' 이야기가 꼭 빠지지 않는다. 아 건강도... 어렸을 땐 우리가 무슨 이야길 했더라? 그때는 더 풋풋한 이야기를 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대화 소재가 건조하거나 팍팍(현실적)하게 바뀌었다. 서로 건너 건너 아는 친구의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누구 결혼 한대~, 오 몇 년 연애했지? 아아 그렇구나~) 솔로인 친구가 한 마디를 꺼냈다.
"아 나는 솔직히 집 사고 싶어서 결혼하고 싶어~ 서울에서 혼자 집을 살 순 없으니 결혼 상대가 필요한 건데 왜 이렇게 괜찮은 남자가 없냐"
10.15 부동산 정책으로 미혼으로서 서울에서 내집마련의 꿈이 더 멀어졌다. 이제 갭투자가 불가하니 실거주를 해야 하는데 10억이 넘는 집에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어떻게 혼자 살아... 매월 대출금 갚다고 곡소리 날 거 같다. 아니 대출도 6억밖에 안되니 4억이나 있어야 하는데 애초에 매매가 불가능 하다. 부동산 투자 수요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취지에 공감은 하면서도 미혼이 내 집 마련하는 건 더 어려워진 거 같다.
아무튼 집 사고 싶어서 결혼하고 싶다는 친구의 불평에 공감은 하면서도 100퍼센트 동의하고 싶지 않다. 결혼하지 않고도 서울에서 내집마련 하고 멋지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 님과 한평생 살고 싶어~ 이 노래도 옛말이다. 푸른 초원에 집을 지어 살면 안돼요. 그 집은 안 올라요. 서울 빽빽한 강남 아파트에 살아야 한답니다. 공기 좋은 곳에 살면 안돼요. 반포처럼 교통의 요지에 매연 가득한 상급지에 터를 잡아야 해요. 지하철역이 가까울수록 좋고요.
요즘은 연애와 결혼이 내 일 같지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냥 나는 이대로 친구들 만나서 놀고 혼자 카페에서 책 읽고 브런치 쓰며 지낼 거 같은데 말이죠. 소개팅도 확실히 예전보다 덜 들어오고 애써 나가도 마음에 들어오는 사람이 정말 없다. 그러니 누굴 만나려는 노력 보다 혼자 오롯이 잘 보내는 하루에 더 큰 만족을 느낀다. 그렇다고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아예 0인 것은 아니다. 아 이 숙제 같은 마음. 분명한 건 꼭 해야 하는 숙제는 아닌데 마음 한 켠에 숙제를 미루고 있는 기분이 들고 개운치는 않다.
그렇다면 여기서 밸런스게임. 만약에 내가 마포에 아파트가 있으면? (왜 마포냐면, 강남과 잠실은 그냥 너~무 상급지로 느껴지고 그나마 마포..? 허허;; 쥐뿔 돈은 없습니다만) 내가 마포에 아파트가 있고 실거주를 하고 있다면.. 결혼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할 거 같다. 마포 아파트에 거주하면 혼자여도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고 삶의 질에 만족을 느낄 거 같다. 오히려 혼자니까 더 내 삶을 잘 갖추고 살 거 같기도 하다.
주말 아침에 한강이나 경의선숲길 산책하고 카페에서 브런치 사 먹고 친구들도 초대해서 홈파티도 하고, 저녁에는 혼자 영화도 보면서.. 상상하니까 너무 좋은데? 내가 생각하는 상상의 자리에 꼭 남편이 없어도 된다. 대신 이 배경이 마포 아파트여야만 가능한.. 그러면 확실히 주거 안정성을 느끼고 굳이 상급지로 무리하게 갈아타기 하고 싶은 생각도 덜 들 거 같은데 말이지?
아 그렇구나 이로써 정확해졌다. 내 삶의 안정성과 만족에는 결혼과 남편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였구나. 아하~ 그렇다면 간단명료하다. 스스로 마포 아파트에 등기칠 수 있는 재력을 갖춰야겠구나! 오 그런데 나의 작고 소박한 월급으로 언제 모아서? 아하... 그럼 이제 주식과 코인에 몰빵~~~~! 하다가 거지되면 어떡해요 엉엉 무서워요 엉엉
서울 아파트>>>>>>>>>>>>>>>>>>>>>>> 결혼-남편인 걸로. 미혼 여성 혼자서도 성실하게 회사 생활하고 절약하고 투자해서 서울에서 깨끗한 아파트에 거주할 수 있는 여유가 갖춰지면 참 좋겠다. 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