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THE FAR EAST IN ASIA (EP09)
Perros salvajes comiendo carne humana
다음날 진주의 추운 겨울은 새벽녘마저 깊은 어둠의 연장선 같았다. 눈이 밤새 내려 고요한 새벽을 덮었다. 살을 에이는 듯한 바람은 작은 집의 문을 부실 마냥 쩌그적 쩌그적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나마 제지공 아버지를 둔 덕분에 여러 번 덧댄 한지 덕에 칼바람을 막을 수 있는 처지였다.
하지만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방 안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는 없었다. 방 안에는 아직 잠든 가족들이 이불속에서 자는 것을 뒤로하고 아버지는 헐겁게 걸친 누비옷의 옷깃을 꽉 여미고 있었다.
어머니도 밤을 새운 듯 가라앉은 목소리로
" 이번에 가면 쌀 한 줌이라도 얻어와라우. 홀라당 넘어가서 막걸리나 마시지 말고. 알았지라우, 덕신이 아부지.
아버지는 창호지를 들고 다니니 저잣거리 3패 기녀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부르는 곳이 많았다. 창호지를 팔아 쌀이나 부식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항상 탁주에 단출한 술상으로 거나하게 취해서 오기 일쑤였다.
먼 길 떠나는 아버지를 두고 어머니는 잔소리로 하루를 시작하게 하였다.
"이놈이 부인이 한두 번 그런 것 가지고 아침부터 잔소리여. 아침부터 재수 없게 시리."
새벽녘부터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툼은 깊은 잠을 자던 여동생까지 깨워 온 가족이 부산하게 만들었다. 나도 평소에는 어려워 말 한마디 못했던 아버지에게
"아부지, 어무니 말이 맞소. 나도 요번에 따라가서 송아지 멱담근 국물이라도 한 그릇 해묵고 와야겠소"
" 아부지 나도 나도"
어린 여동생까지 가세하여 아버지 바지자락을 잡아당겼다.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고리짝을 발길질을 했다. 그 순간 차가워진 바깥공기는 온방을 휘감는다.
"네가 언제 니들 밥 굶겼냐? 남들이 보면 굶긴 줄 알겄다잉."
아버지는 다시 문을 걸어 잠그고 서서 잠시 고민을 하였다. "덕신아. 너만 옷 챙겨 잉어라잉. 처자와 막내는 집에 있당께. 들개들이랑 늑대도 굶주려서 걸어댕기는 것들은 다 달려들테니께.”
방을 나와 문을 여니 아침 해는 뜨지 않고 달이 산자락에 걸려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누비옷을 껴입고 길을 나섰지만 그저 몸만 가릴 뿐 추위는 뼛속까지 들어왔다.
“덕신아. 쩌기 있는 장작 한단 지게에 매라.”
“아부지 이거 팔면 우린 엄동설한에 우짜까이.”
아무 말도 없는 아버지를 따라 난 지게를 매고 걸었다. 오히려 땀이 나 이 추위에는 지게를 매는 것이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더 나았다.
눈 덮인 산길은 험난했고, 발걸음마다 눈이 깊이 빠져들었지만 하지만 아버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피죽 한 그릇도 못 먹었는 상황이고 배고픔과 추위가 그들을 괴롭혔지만, 더 큰 두려움은 굶주린 맹수들이었다.
들개와 늑대들은 사람뼈인지 동물뼈인지 다 얼어붙은 땅에서 뼈를 캐어내어 케켁 케켁 소리를 내며 물어뜯고 있었다.
“아버지 무섭소잉” 아들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조용히 혀라잉. 그리고 얼른 걸어라. 처지면 들개랑 늑대 밥이 될 것이여. 사람고기 먹어서 사람고기 맛을 아는 것들이여"
아버지는 아들과 보조를 맞추며 눈밭을 가로질러 빠른 걸음을 재촉했다. 그렇게 반나절을 걸었을까, 드디어 읍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벌써 숨이 턱까지 올라왔지만 읍내가 보이기 시작한 구릉위 나무 구루터기에 않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10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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