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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Sep 29. 2024

사슴의 뿔 "үe" (3편)

질투   "атаархал"

이 부족의 족장, 소오르, 힘과 지혜로써 오랫동안 부족을 통치해 왔으며, 그의 통치 아래 부족은 평화로웠다. 그러나 모든 평화에는 균열이 찾아오듯, 소오르의 가정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족장의 부인,  바수가는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이었으며, 부족 내에서  점점 존경받는 인물이 되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녀의 눈가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바수가는 말수가 적어졌고, 미소는 점점 사라져갔다. 이는 남편 소오르의 눈에도 들어왔고, 그는 아내가 무언가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루는 저녁이 되자 소오루가 아내에게 다가가 물었다.


"바수가, 무슨 일이 있소? 요즘 들어 당신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오."


바수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남편이시여, 당신께 말씀드리기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더는 숨길 수가 없군요. 첩보장 발펠마가 저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습니다.”

  발펠마는 겨우 16세의 소녀였다. 어리지만 부족 내에서 정보 수집과 전달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녀는 무례하고 오만하며, 어리석은 행동을 자주 일삼았다. 하지만 그 동안 소오르와 동침하는 사이이기에  모든 것이  무마되어왔다.


 발펠마는 젊음과 그 지위로 인해 자신의 행동이 용납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바수가를 질투했다. 부랴트 부족의 족장의 아내라는 자리, 그리고 그녀의 지혜와 미모는 발펠마에게 있어 눈엣가시였다.


소오르는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자신의 아내가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발펠마가 이를 무시하고 자신의 위치를 남용한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발펠마를 불러오너라,” 소오르가 낮고도 엄중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의 눈에는 불길이 일렁였고, 부족 사람들은 그의 분노를 알아챘다.


발펠마는 천막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족장의 부름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여전히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오히려 그녀는 족장 앞에서 당당하게 서고자 했다.


소오르는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발펠마, 네가 나의 부인을 괴롭히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게 사실이냐?”


발펠마는 잠시 머뭇거리며 거짓으로 대답하려 했으나, 소오르의 무거운 기운에 눌려 결국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네, 족장님… 그러나 저는 그저…”

“너는 족장의 신임을 받은 자다. 첩보장으로서의 직무는 네게 중요한 책임을 부여했으나, 너는 그 권력을 남용했고 어리석게 행동했다. 성격이 좋지 않고, 머리가 나쁜 자일지라도,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는 자는 용서받을 수 없다.”


소오르발펠마에게 더 이상 말을 주지 않았다. 그는 부족의 명예를 위해 즉시 처벌을 집행할 것을 명령했다.


발펠마, 너는 네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네가 부족의 규율을 어기고, 나의 아내를 모욕한 죄로, 오늘부터 첩보장 직위를 박탈한다. 그리고 네가 저지른 죄에 대한 대가로 부족 내에서 한동안 쫓겨날 것이다. 네가 성숙해지기 전까지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발펠마는 눈물을 흘리며 소오루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소오루의 마음은 단호했다. 족장은 자신의 아내와 부족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공정한 판결을 내려야 했다.

그날 밤, 바이칼호의 바람은 차가웠다. 소오루는 천막 밖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부랴트족의 평화와 조화는 단지 힘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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