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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석빈 Sep 24. 2024

사슴의 뿔 "үe" (2편)

질투  "атаархал"

 소오르는 결혼을 통해  희망을 보았는지  모르겠지만 시집을 온 바수가의 마음은 차가운 바람이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와 같았다

 

 이 외진 부랴트족의 작은 마을은 겨울의 긴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곳에는 강인하고도 고요한 힘이 흘렀고,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나를 이방인으로  보고  경계하는  눈초리로  바수가를 바라보고 있다.


  소오르는  부족의 생존을 위해 바수가를 존중하고 위하는 척하지만  그 뒷면에는  어떠한 생각을 할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는 마을의 부족장, 나이 서른에 부하들과 부족원의  존경을 받는 강한 지도자였다.

혼인전보터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두 명의 첩을 두고 있었지만, 얼마 전 바수가 그의 첫 번째 아내로 시집을 왔다.


바수가는 겨우 열여섯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아직 젊고 맑았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많은 고뇌가 쌓여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었고, 부족 간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소오르에게 시집온 것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기존에 이미 소오르의 아내로 있던 두 첩, 사가르발펠마바수가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그녀들이 바수가에게 보여주는 것은 경쟁과 질투, 그리고 차가운 무관심뿐이었다.

처음 몇 날은 조용히 지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주술사인 사가르첩보장인 발펠마는 그녀를 점점 더 무시하고 조롱하기 시작했다. 바수가가 음식 준비를 도울 때면, 그들은 그녀의 손을 비웃으며 말했다.


"부족장님의 음식을 망치려는 거니? 그 서툰 손으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겠군."


바수가는 그들의 말에 맞서지 않고 침묵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방인임을 너무나 잘 알았고, 아무리 노력해도 이곳에서 그녀의 자리를 찾기란 쉽지 않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의 괴롭힘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추운 겨울 밤, 바수가는 자신의 게르에서 불을 지피려 할 때마다 누군가가 몰래 들어와 장작을 빼돌리거나 물을 엎지르는 일을 당했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 다시 나무를 구해오거나 얼어붙은 손으로 물을 다시 퍼와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족 내 의식에서 바수가사가르발펠마가 일부러 자신의 옷자락을 밟고 지나가는 것을 참아야 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작았지만 날카로웠다.


부족원들 앞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침묵은 이 마을에서 그녀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다.


하지만 바수가는 점차 그 침묵 속에서 강인함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이 그저 어린 소녀가 아니라, 이 부족과 자신의 미래를 짊어진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녀는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자신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밤, 또다시 물을 엎지른 뒤 그녀의 방을 찾은 사가르발펠마가 낄낄거리며 바수가에게 비아냥거릴 때, 그녀는 그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 곳에서 내가 약하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단지 시집 온 게 아니야. 나는 우리 부족과 이 부족 사이의 연결고리야. 그건 너희가 감히 어찌할 수 없는 일이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두 여인은 잠시 말을 잃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더 이상 어린 소녀가 아닌, 이겨낼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듯했다.


그날 이후로, 두 여인의 태도는 조금씩 달라졌다. 완전히 나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바수가를 대하는 그들의 눈빛에는 더 이상 이전의 경멸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리고 바수가는 그들 앞에서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주변에서 바수가는 자신만의 힘을 찾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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