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미 정상회담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핫 플레이스였던 싱가포르.
생각보다 싱가포르 위치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동남아 어디쯤? 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동남아 어디쯤은 맞다. 다만 매우 남쪽이라는 것. 그래서 유럽에 갈 때 소요시간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걸린다. 싱가포르 지역 중에 One-North라는 곳이 있다. 북위 1도를 의미하는데 이는 싱가포르가 어떤 곳인지를 잘 말해준다. 적도에서 '1도' 위라는 뜻이다. 크기나 모양도 서울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남북으로 또는 동서로 큰 기후의 차이는 없다.
싱가포르는 참 작은 곳이라 직선거리로만 따지만 동-서 종단 시 1시간 이내로 이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얼마나 작은 도시국가인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의외의 현상도 있다. 아열대 기후 특유의 국지성 호우가 종종 나타나는데 지역에 따라 비가 전혀 오지 않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그 작은 지역 안에서도 어떤 곳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비가 쏟아질 때, 다른 곳은 빗방울이 떨어지지 않기도 한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이다. 그러니 의외로 큰(?) 곳이기도 하다.
비는 하루에 1-2번 정도 오는 편으로 어떤 날은 정말 쨍쨍하다. 대신 장마처럼 하루 종일 꿉꿉하고 흐린 날은 흔치 않다. 6개월 가량 보내는 동안 내내 흐렸던 날은 손에 꼽을 정도. 어쨋든 가방과 사무실, 집 어디는지 우산 하나씩은 챙겨두어야 한다. 갑자기 내리는 비가 워낙 잦기도 하고 한 번 내릴 때 워낙 많이 온다. 보통 1시간 정도면 비가 잦아들기 때문에 급한 일만 아니면 가만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다. 여기와서 비가 내리면 조금 느긋하게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비가 많은 동네라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나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설이 여기저기 많이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건물형태다. 조용히 비만 오는 경우도 있고 천둥번개를 동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한국에서 듣던 천둥소리랑은 차원이 다르게 크다. 좀 무섭게 들리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습기는 늘 있다. 밖에 널어 둔 빨래가 바싹 마르기는 쉽지 않은 편. 개인적으로는 홍콩에 갔을 때 습도 90%의 극악의 환경을 체험한 적이 있는데 오히려 여기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늘 덥고 짜증나는 날씨일 것 같지만 때로 오늘 참 선선하네.. 하는 생각이 드는 날도 있다. 보통 아침이나 새벽에 비가 잔뜩 오고 난 후 그렇다. 하지만 낮에 정말 더울 때는 비가 막 쏟아진 후에도 습도만 높아져 불쾌지수가 치솟는다. 실내에서 비를 피하면서 창밖을 보면 시원한 기분이지만 실상 밖으로 나오면 더 더울 뿐이다. 그런데 한국의 더위가 더 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예전에 8월에 싱가포르 출장을 온 적이 있었는데 한국이 더 덥게 느껴졌었다.
선선한 때는 또 있다. 시기 상으로 겨울인 11-2월 정도는 밖에 돌아다니기 좋다. 1월 쯤 여기 정착하러 들어왔을 때 아침저녁으로 다니면서 '와, 이 정도 날씨면 항상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다보니 쇼핑몰, 사무실 등 실내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준다. 여기와서 지내면서 와, 에어컨이라는 기계가 없었다면 싱가포르는 이렇게 발전할 수 없었을거야.. 라는 생각을 종종 했드랬다. 너무 추워서 사무실에 다들 두꺼운 옷 하나쯤은 마련해둔다. 냉방병 조심! 싱가포르에 출장오는 경우라면 꼭 긴 팔 하나 정도는 챙겨오는 센스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지낼 때 애플워치에서 가장 많이 쓰던 기능 중 하나가 날씨정보 였다. 몇 도인지, 비올 확률은 어떤지 등등 유용하게 썼는데 여기 와서는 거의 보질 않는다. 별 의미가 없다. 그만큼 날씨에 둔감해 진다.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은 40년 넘게 한국 기후의 다이나믹함을 견디며 살아왔던 나에게 지루함으로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