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독 시대>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다.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어른들 얘기다. 어른들은 학생일 때 비해 정말 가끔 책을 읽고, 목적이 있는 독서를 한다. 승진시험이나 자기 계발에 맞춰 꼭 필요한 경우에만 책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훈련이 되어 있지 않거나 습관이 이상하게 잡히면서 '제대로' 책을 보지 못하는 어른이 늘고 있다. 내용이 길어지면 이해력도 떨어지고 긴 호흡을 가진 글은 아예 집중도 안된다.
여러분은 책을 읽고 난 후 내 것으로 어떻게 만드시는지 궁금하다. 난 기억 상실증도 아닌데 참 잘 잊는 편이다. 소설책도 읽을 때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막상 며칠만 지나면 거의 큰 줄거리만 기억난다. 주인공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범인은 어떻게 잡혔는지 명확하지 않다.
재미있게 읽은 책도 그러할진대, 딱딱한 내용의 지식 전달 이야기들은 더더욱 난감하다. 손에 쥐고 있을 때는 큰 깨달음과 함께 당장이라도 무언가 해볼 것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그러나 잠시 다른 일에 몰두하고 나면 모든 것이 다시 리셋되는 경험을 너무나도 많이 해 왔다. 그게 너무나도 억울했다. 한편으로 학교 다닐 때는 잘도 기억하던 것들을 왜 자꾸 잊어버리는가 하는 의문도 가지게 되었다.
얼마 전 <혼공 시대: 혼자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비법>이란 프로그램을 봤다(나는 다큐 프로그램 애청자). 원래는 초4인 아이에게 뭔가 느끼는 점이 있으라고 보여준 것인데, 정작 부모나 사회인 입장에서 생각해 볼 것이 더 많았다. 대학 4년제를 졸업하거나, 필자처럼 주야장천 공부의 길만 열심히 파서 석/박사까지 총 10년 넘게 학교에만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공부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니 참 이상할 것이다. 생각해보자. 사회생활에 대한 공부, 직장인으로서 자기에게 필요한 책을 찾고 읽는 방법.. 이런 것을 배운 적은 사실 없다.
공부의 방법은 실상 다양하다. 다른 사람을 보면서 깨닫는 것도 공부이고, 좋은 책이나 글을 읽는 것도 공부다. 영상을 보면서도, 이제는 책을 '들으면서도' 공부를 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활자에 의한 공부의 방식을 주로 다루기로 한다. 그러면 활자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습득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책이나 기사를 그냥 읽으면 되지, 독서에도 방법이 필요한가요 라는 질문에 네, 독서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고 답하고 싶다
그 고민 때문에 그동안 독서법, 공부법에 대해 봤던 책들 몇 개.
<완벽한 공부법>(고영성, 신영준 저)
책을 많이 읽는 것을 강조한다. 특히 '계독', 즉 자신의 관심 분야 (일, 전공)의 책을 적게는 50권에서 많게는 200권까지 읽어 보라 한다. 그 정도의 지식을 얻다 보면 어느새 전문가에 준하는 식견을 갖게 된다는 얘기다. 의도적으로 한 가지 관점을 갖고 책을 보거나, 시간이 지난 후 같은 책을 다시 보면서 과거와 다른 현재의 나로부터 새로운 생각을 끌어내는 등 다양한 책 읽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영성 작가 혼자 쓴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도 거의 동일한 내용이 소개되므로 둘 중 한 권만 봐도 충분)
<메모 독서법>(신정철 저)
메모의 달인이라고 불리는 신정철 작가의 독서법이다. 메모하면서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쓰는 방법이 주된 내용이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구를 필사하고, 좀 더 효과적인 기억과 활용을 위해 마인드맵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그렇게 모인 생각들을 모아 글쓰기를 할 수 있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굉장히 디테일한 가이드를 준다.
<공부머리 독서법>(최승필 저)
아이들 교육을 위한 독서교육의 가이드북이다. 아이가 모든 방면에 뛰어나길 바라는 것은 부모라면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특히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은 시대를 초월해서 똑같다. 학부모의 한 사람인지라 아이가 책을 잘 읽도록 안내하고 싶은 마음에 한 번 읽어 보았다. 초중등 학생들을 어떻게 독서가로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이지만, 어른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다. 은근히 독서방법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는 기회를 가졌다.
(이 외에도 독서법이라고 검색만 하면 다양한 책들이 쏟아진다)
저자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차이가 나는 것은 이런 방법, 저런 방식으로 시행착오를 하다가 그만의 길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책을 대하는 자세를 중심으로 서술한 것도 있고, 실전 책 읽기와 활용에 초점을 맞춘 독서법도 있다. 독서법 책을 권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책 읽기, 시험이 아닌 인생을 위한 독서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서다.
실용서는 활용하기 위해 한 번 쭉 보고 필요할 때 찾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디에 무슨 내용이 있더라 정도는 기억해 두면 편리할 것이다. 리더십을 다룬 책이라면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해 볼까 고민하면서 미래에 대비하던가, 아니면 당장 현장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써먹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알아 두는 책, 복잡한 고민을 정리하기 위한 책, 당장 행동을 통해 무언가를 시도해 보도록 만드는 책.. 다양한 분야와 목적이 다른 만큼 무조건 하나의 공부법을 고집하지는 말자. 상식이라고 부르는 보편타당한 기준이 적용되기도 하지만, 굳이 그걸 다 따라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특히 책 읽기 방법, 공부법 같은 경우는 말이다.
필자는 주로 읽던 내용 중 맘에 드는 문장이나 표현을 메모하고, 내 생각을 함께 정리해 두는 편이다. 어떨 때는 책에서 얻은 문장 몇 개만으로도 글 하나가 나오기도 한다.
알고 있으면서 안 쓰는 것과 모르기 때문에 못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공부법, 독서법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고민의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아보는 기회를 갖기 바란다. 더 효과적인 공부와 독서 라이프를 위해서 :D
(이미지: https://www.i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