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회사원'을 시작하며

by nay

제게는 초등학생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공부 얘기를 많이 하게 됩니다. 책 많이 읽으라고 강조 하고요(부모 관점에서는 강조, 아들 느낌에서는 강요). 그러면 아들이 가끔 그럽니다.

'아빠는 좋겠다. 공부 안해도 되니까..'

저는 이렇게 답 합니다.

'아빠도 항상 공부해야 한단다. 공부는 끝이 없어'


그렇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직장인이 되어서도 공부는 계속 해야 합니다. 어쩌면 학생 때와 달리 더 독하게 해야 하지요. 학생 때는 입시라는 큰 목표가 있었지만 대부분 나를 둘러싼 안정적인 환경이 보장 되었습니다. 부모님의 지원과 격려가 동반 되잖아요. 그 안에서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만).

사회인이 되면 이제 나 홀로 서기를 해야 합니다. 회사에서도 살아 남기가 필요합니다. 공부라는 주제에 대해 학생 때와 가장 큰 차이라면 천편 일률적인 정답 외우기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것이죠. 이른 바 개인화된 학습과 실천 방식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고백할 것이 있습니다. 저는 다른 분들처럼 매년 몇백 권의 독서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한국 성인 평균 독서량 (2019,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 실태조사' 기준)이 연간 7.5권이라고 합니다. 같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년 동안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이 약 56%구요. 두 사람 중 한 명은 책을 안본다는 뜻이지요. 저는 지난 몇 년의 자체 통계(책 읽은 기록)를 내보니 평균 보다는 많이 읽는 편이네요. 그래봤자 3배 정도 되는 듯 합니다. 그런 사람이 독서나 공부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고? 이해가 되질 않는군, 이라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기로 마음 먹은 이유도 거기에 있으니 잠깐만 더 따라와 주세요.


여러분은 여가 시간에 무얼 하시나요? 세상에는 책을 읽으라는 메세지가 차고 넘칩니다. 이제는 인문학의 시대라고 합니다. 한 쪽에서는 Industry 4.0이라고도 하네요. 그러면 인문학적 관점에서 다룬 인공지능에 대한 책도 좀 봐야 하려나요? 참으로 복잡한 세상입니다. 따라가기가 벅찰지 모르죠. 게다가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멍하니 누워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잠시 현실을 잊지는 않으시나요? 아, 물론 유튜브에도 마음만 먹으면 책만큼 유용한 정보가 넘쳐나긴 합니다. 오죽하면 검색을 유튜브에서 하는 시대니까요. 그래도 여전히 학습과 공부에는 텍스트로 된 무언가, 즉 책 읽기가 좋지 않나 생각합니다.


같은 정보라도 독서를 하는 뇌는 전혀 다르다고 하네요. 언젠가 기사에서 본 내용인데요, 스마트폰 화면을 읽는 사람들은 F(혹은 Z)자로 텍스트를 읽습니다. 그냥 주르륵 훓고 마는거죠. 정보가 뇌 속에 쌓이기 보다는 소비된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릅니다. 더 무서운 기사도 있네요. 책을 읽지 않으면 뇌가 퇴화한다고 해요. 이미 늦은 것이 아닐까, 나의 뇌는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더 이상 발전할 가능성이 없어라고 생각하시려나요? 아직 희망을 놓지 마세요. 뇌의 가소성(Plasticit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한다는 뜻입니다. 회사에 들어와서, 나이가 들어서 책 본다고 달라질게 있겠냐는 의심은 버리셔도 좋습니다. 우리의 뇌는 여전히 발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큰 맘 먹고 책을 보긴 해야할 것 같은데 무엇부터 보는 것이 좋을지 모릅니다. 새로운 뭔가를 사거나 해보고 싶은 생각에 검색을 시작해 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배경 지식이 없으면 아무리 간단한 내용의 글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것처럼, 회사원의 공부하기도 마찬가지 입니다.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진 직장인이 많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독서 좋지, 누가 모르나? 그런데 어디서 부터 어떻게 시작하지? 일과 관련된 책도 보고 싶고 나를 위한 책도 읽고 싶은데 말이야. 무슨 책을 어떻게 읽는게 좋을까? 그러면 일단 아무 책이나 읽어보자, 이렇게 시작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러다가 금방 지치지요. 애초에 인류는 책을 읽는 뇌를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고 하거든요 (매리언 울프, 책 읽는 뇌). 그러니까 너무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몇 번의 독서 시도가 실패로 이어지고, 그 결과 독서는 무슨... 이라면서 아예 책에서 멀어지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펼쳐지는 것에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저는 그저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나름 욕심을 갖고 자기 계발 열심히 하면서 더 나은 회사생활을 꿈꾸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책까지 한 권 낸 이력이 있습니다.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체 언제 이렇게 글을 썼지 하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바로 의식적으로 독서를 위해 노력하던 때에 가장 많은 생각들이 막 떠올랐던 것이 기억 났습니다. 사실 그 때는 중간 관리자로 일할 때라 회사 일 자체만으로도 정말 바빴거든요. 그런데도 책을 읽으면 머리가 (좋은 의미로) 복잡해지고 손이 근질근질해서 뭔가 써야겠다는 충동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책 많이 내신 어느 유튜버가 그러시더라구요. 지금 막 쏟아내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을 때 글을 쓰라고요. 그 당시엔 제가 딱 그랬습니다.


Screen Shot 2020-07-16 at 5.00.32 PM.jpg (이미지 출처 https://blog.prepscholar.com/)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도 직장인이라면 이런 정도의 책은 읽었으면 좋겠다, 이런 공부는 하면 어떨까 하는 바람을 글로 남겨 보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입사해서 지금까지 조직 생활을 해 오면서 그 어디에서도 직장인의 공부 방향과 주제를 다룬 가이드를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혹시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회사 선배님들도 일만 가르쳐 주지, 좋은 회사원이 되는 길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앞서 고백한 것과 같이 지독하게 책 안 읽었던 사람이구요. 일년에 몇백 권 읽는 법, 이런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닌걸요. 대신 직장인을 위한 필수 학습 분야를 선정하고, 각 분야별로 어떤 내용을 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한지, 그리고 관련된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이 매거진에서 전달 드리고 싶습니다.


연간 적게는 100권, 많게는 3-400권씩 읽는 분들을 보며 주눅이 든 적이 많습니다. 뭔가 인생을 헛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었지요. 그런데 갈수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살아가는 방식, 삶을 대하는 태도가 각자 다르듯이 독서도 한가지 길만 있는 것은 아니라구요. 아, 물론 다독(책을 많이 읽는 것)은 옳습니다. 그걸 부정하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다독 보다는 독자의 상황에 맞는 적당한 독서를 통한 생각 넓히기, 그리고 기록하기라는 방식으로 책을 보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그저 '독서량' 자체에 너무 매달리지 말자구요. 적당히 읽으면서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이 매거진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독자들을 위해 쓰고자 합니다.

-직장인으로서 최소한의 업무 상식은 갖고 싶다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는 현실적인 실용서가 필요하다

-일과 삶에 전반적인 도움이 되는 학습의 방향이 궁금하다


의식적인 독서, 목적성 있는 독서여야 하기 때문에 시작은 억지로 숙제하듯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가 뜻밖에 독서의 즐거움을 발견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그러나 필요에 의해 읽어야 한다면 가급적 실속있게 읽고 공부하는 방법을 고민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싱가포르 격리 생활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