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의 영향이 우리한테도 올 줄이야
살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곤 한다.
아이가 다니는 국제학교의 선생님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교장선생님 메일로 받은 것이 화요일. 마침 수요일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을 시작한지라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을 예정이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학년도 아니었고 다른 활동에서 만날 일도 없었다. 하지만 다음 날, 두 명이 동료 선생님이 또 확진, 다음 날, 또 다음 날.. 현재 7명의 선생님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금요일 저녁에 교장선생님의 추가 메일 한 통. MOH (Ministry of Health)에서 우리 아이가 속한 학년 전체를 Qurantine order (QO)를 내릴 것이라고 했다. 7명의 선생님 중 한 명은 아이 반에 간접적으로 영향권에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아이가 감염된다면 한 5-6차 감염쯤 될 것이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해외 유입으로 확진 케이스가 갑자기 늘었고, 공립 학교에서 발병 케이스가 갑자기 생기면서 정부의 정책이 바뀐 듯 했다. 보다 강력한 QO를 발동하고 가급적 바깥으로 돌아다니지 않게 하면서 확산을 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교장선생님의 메일을 받고 한 5분 쯤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MOH였다. 그들은 아주 천천히 상세하게 어떤 상황인지 설명하고, 아이와 내 신원을 확인했다. 아이의 최종 등교일을 기준으로 14일간 QO를 해야한다고 했다. 2-3일 내에 MOH에서 가정을 방문할 것이라고 했다.
어제 밤 11시, 드디어 그들이 왔다.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옷차림은 아니었다. 경찰 1명, MOH 직원 1명이 다녀갔다.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매일 3차례 온도를 재고 그들이 건네 준 종이에 기록을 해야한다. 온도계도 하나 주고 갔다. 보통 귀에 넣거나 비접촉식으로 측정하는 온도계를 사용하기 마련인데, 입에 물고 잴 수 있는 것을 주었다. 직원의 말로는 입에 무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 때나 전화나 영상통화가 올 수 있다.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또한 불시 방문도 있을 것이다. 그들과 학부모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정보들을 종합해 보면, MOH는 24시간 내내 이 일을 진행하고 있으며 어제만 1000여명의 사람들을 (가구인지, 사람인지?) QO 했다고 한다. 새벽 3시가 넘어서도 가정을 방문하고 아이의 온도를 체크했다고 한다. 그들의 노고가 대단하다.
우리처럼 국적이 외국인인 사람은 보통 Long-term pass를 받는데, 이런 것을 어길 시 가차없이 추방하는 곳이 바로 싱가포르다. 얼마 전 QO 보다는 낮은 강제성을 가진 Stay-Home Notice를 어긴 싱가포르 사람은 아예 여권이 취소 되었다고 한다. 마침 나도 재택근무를 시작한지라 모든 가족이 본의 아니게 집 안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가족 구성원의 한 명은 음식이나 장을 보기 위한 외출은 간단히 가능하다.
원래 집돌이긴 하지만, 자유 의지로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갇혀있는 형태가 되니 마음이 답답하다. 예전에 가택 구금을 받았던 사람들, 유배를 갔던 사람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싶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있으니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그래도 살아갈 수 있는데 말이다. 어른인 나도 견디기 힘들 상황인데 안그래도 에너지 넘치는 아들이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안쓰럽다.
4월7일까지 QO를 해야한다.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히 잘 넘긴다면 다음 날, 가족끼리 조촐하게나마 파티를 하려고 한다. 파티라고 해봤자 간단한 바깥 외출일 것이다. 여전히 바깥은 더 혼란스럽고 확진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모든 것이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들끼리 힘든 시간을 잘 보낸 것에 박수를 보내는 정도의 이벤트는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