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코로나였다. 갑작스러운 전염 확산으로 한국의 주가는 미친 듯이 떨어져 갔다. 어느 날부터 아내가 우리도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동학 개미 운동이 이미 조금 지난 때였다 (결국 그때 삼성전자 주식은 사지 않았다).
주식 투자는 재미가 없었다. 아니, 재미를 보지 못해서 두려웠다. 본격적으로 투자에 뛰어든 적도 없지만, 한때 잘 나가던 모 회사의 주식을 샀다가 물린 뒤로는 아예 뛰어들 생각조차 그만두었다.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한 회사였는데 주가가 곤두박질칠 줄이야. 그래서 아내의 질문 (사실은 요청에 가까운)에 시큰둥했다.
그러다가 형과 전화를 하다가 '너 주식은 좀 하니?'하고 묻길래 아니.. 하며 형은 좀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동안 마이너스 좀 보다가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한다.
주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그러면 나도 주식을 좀 해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다 하는 때 나도 뭔가 발을 담가야 하나 싶은 마음으로 떠 밀리듯 컴퓨터 앞에 앉았다. 요즘 공부 방법은 역시 유튜브지, 하는 마음으로 몇 개의 채널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마음으로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도 어느덧 익숙해져 갔다. 그렇게 하다 보니 주식에서 부동산으로, 급기야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창업까지 섭렵하게 되었다. 놀라운 유튜브의 자동 추천 로직과 의식의 흐름.
세상에는 어찌나 성공한 사람들이 많은지, 제목도 자극적이기 그지없다.
'한 달 천만 원 수익 내기'
'자본금 300만 원에 십억 번 이야기'
'직장인 제2의 월급 통장 만들기'
순수한 주식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큰돈 버는 이야기가 제목으로 나오는 영상들만 틀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 살았다는 얘기다. 노력 없이 성공이란 없다. 어느 날 나도 모르게 투자한 게 잭팟이 터져서 부자가 되었네요 허허, 이런 얘기를 하는 사례는 그 어떤 채널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경이롭고 그들의 노력에 감탄했다. 그런데 자꾸 돈 버는 방법에 대한 콘텐츠를 볼수록 와 나도 성공하고 싶다, 떼돈 벌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피로감만 쌓여갔다. 비슷한 영상들이 추천되다 보니 썸네일 제목만 봐도 질려 버려서 이제 그만.. 하는 마음에 구독을 취소하거나 관심 없음으로 콘텐츠 제안을 지워 나갔다.
이 무슨 이율배반적 행위인가 말이다.
왜 그랬나,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았다.
처음엔 돈이 최고냐, 돈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인가 하는 대의명분이 떠올랐다. 마치 사회의 기준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을 받는 느낌이어서 피로한 기분을 느꼈다고 생각했었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사실은 속 좁은 마음 때문이다.
남들의 성공기를 보고 있을수록 나도 저렇게 도전적으로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대신, 나 자신이 뭔가 부족하고 초라한 느낌인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장 투잡을 뛰지 않으면, 투자를 통해 월급 외 수익을 내지 못하면 내 노후는 보장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마치 여태 뭐 하고 있느냐는 잔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안정적인 직장과 수입을 벌 수 없지만 월 수입 천만 원을 올리는 사람이, 수십억의 자산가가 되지 못하면 인생의 실패자처럼 느껴지게 만들어져서 그 채널은 더 이상 못 보겠다.
결론적으로 어쩌면 이렇게 해서 평생 부자는 못될 것 같은 아저씨의 한심한 고백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