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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Sep 13. 2020

페로 섬 가상 여행은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유로모니터의 COVID-19 이후 투어리즘에 관한 웨비나를 보다가 Faroe Island (페로 섬)에 대한 소개를 접했습니다. 페로 섬에 대해서는 티타임즈를 통해 이미 알고 있기도 했는데요. 마침 시간이 되어 한 번 여행(?)해보기로 합니다 (상세한 소개는 티타임즈 링크를 참고해 주시길).


홈페이지 캡처


사이트에 가보니 22개나 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네요. 투어를 대신해주는 아바타가 있는 탓인지 정해진 시간이 있는 듯 바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아, 이게 라이브 방송인 것을 잊었군요. 어떤 방송은 40분 넘게 기다려야 합니다. 이것저것 눌러보다고 짧게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말을 타는 것과 카누를 타는 2개를 체험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이게 재미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링크를 통해 상세 내용을 보셨겠지만 이 투어는 가상현실이 아닌 실제 현장을 라이브로 함께 보는 것입니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와는 전혀 다르죠. 때깔 좋게 세상 어느 곳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방송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카메라는 보정이 안되어서 흔들흔들합니다. 바람소리 그대로 들리고요. 가이드는 쉴 새 없이 떠듭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1분 동안 아바타를 조정할 수 있어서 보다 진보된 인터렉션이 가능합니다. 소가 풀 뜯어먹는 화면만 보여줘도 사람들이 시청한다더니, 어느새 제가 그러고 있네요. 멍하니 한 30분을 별것도 없는 섬의 화면 속에서 나름 즐겁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사이트를 닫자 저는 금세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여행이란 직접 느끼는 것 필수적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방식의 전혀 가보지 못한 (또는 평생 가볼 수 없는) 곳을 편하게 몇 번의 클릭으로 체험해 보는 것의 묘한 재미가 있습니다. 미리 녹화된 화면이 아니라 라이브라는 것이 상당한 매력인데, 그로 인한 화질 저하나 연결 끊김은 불만스럽습니다. 집중도가 갑자기 확 깨진 달까요. 그러나 요즘처럼 직접 여행을 하는 것에 제한이 많은 시기에 비록 공기, 바람, 느낌을 제대로 가질 수는 없다 해도, 기념사진도 남길 수 없다지만 미래의 여행 방향성을 상상해 보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슬란드의 오로라를 한 번 보는 것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데, 만약 이런 체험이 있다면 기꺼이 시차를 극복하고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 여행은 시간을 내서 짐을 싸고 힘들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원하는 곳을 내가 편한 시간에 갈 수 있는 것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보면 VR 기기를 쓰고 가상 여행이 가능하듯 말입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시공간을 뛰어넘는 체험이 언젠가는 실현되겠지요. 그리고 여럿이 함께하는 여행보다는 개인화, 소수의 안전한 여행이 주는 가치가 당분간 계속될 겁니다.


사이트 캡처

랑콤에서 신제품 홍보를 위해 버추얼 스토어를 오픈했습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오프라인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겠지만 새로운 시대의 흐름은 기존의 익숙함을 버리게 만들었습니다. 온라인이라 항상 오픈해도 될 것 같지만 한정된 기간 동안만 운영한다고 합니다. 체험을 해보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준의 가상현실 스토어입니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방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정성스럽게 공들여서 만들었다는 것은 알 수 있습니다.


라이브 방송으로 요즘 많이 리테일 형태가 변화하는 중입니다. TV라는 매체를 통한 홈쇼핑이 이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또는 쇼핑 사이트 자체의 라이브 채널로 옮겨졌습니다. 고객이 직접 매장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쇼호스트와 대화를 통해 소통하면서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진짜 같은 가짜 체험의 시대, 물리적 거리를 극복해야 하는 시대의 소비재 리테일, 투어리즘의 미래는 무엇일까요?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할까요?


-새로운 체험의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 (오프라인과 비슷하거나 아예 완전히 다른 재미)

-직접 보지 않아도 믿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간접적이지만 효과적인 소통의 기술이 필요)

-기대 품질에 대한 수준이 높아진다 (믿고 재구매 가능한 수준)

-내가 원할 때 필요한 만큼만 살 수 있다 (상시 대응, 스몰 스케일)

-나에게 더 적합한 개인화 옵션이 중요하다 (나만을 위한 패키지)


이런 시대에 연구, 기술개발의 본질은 예전과 동일할까요? 다가올 미래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연구의 방법이 변해야 합니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의 전환도 필요하고요. 연구개발에서 생산, 유통의 과정이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식견이 모자라 저는 아직 답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새로운 여행의 방법, 가상의 리테일 스토어와 구매/판매 체험이 빠르게 ‘뉴 노멀’이 된다고 하면.. 적어도 과거에서 지금까지 해오던 연구개발의 방식과 전략이 통하지 않을 것이므로 다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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