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은 관광객처럼.
어떤 곳에서 몇 년 동안 살아보면 낯설었던 곳이 익숙해진다. 마치 현지인이 된 것처럼 행동하고 사고한다. 그런 익숙함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가볼만한 곳도 찾지 않게 만든다. 고향이 강원도 원주인데 남들 다 가보는 치악산을 제대로 오른 적이 없다. 물론 내 게으름도 한 몫 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아이의 바람을 핑계로 싱가포르 플라이어라는 대관람차를 타 보았다. 일부러 밤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해준 아내 덕분에 멋진 야경을 볼 수 있었다.
타기 전까지는 별 것 있겠냐 싶다가도 막상 해보면 우와~하기 마련이다. 30여분 동안 큰 관람차 안에서 잠시 현실을 잊고 하늘 높이 올라가 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제법 멋지다. 저 멀리 보이는, 미니어처 같아 보이는 사람과 차는 마치 내가 무엇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다.
사람들이 산을 찾는 이유.
높은 건물을 세우고 그 위에 올라가는 이유.
짧은 현실 도피를 마치고 다시 땅을 밟는다.
생각보다 멋있고 좋았다.
익숙한 곳에서 가끔은 관광객스럽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