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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면.

by nay


어쩌다 보니 매월 어딘가로 여행을 떠났다 오게 되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목적지는 부산. 떠날 때는 아무 생각이 없더니 돌아올 때 문득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이란 노래가 떠올랐다. 도입부의 '부산에 가면~'이란 가사 외에는 아는 것이 없지만 가수 특유의 음색과 차분한 멜로디, 분위기는 기억한다. 어쩌면 2박 3일 일정을 무사히 마친 끝에 풀어진 긴장 뒤에 온 작은 여유가 기억 한편을 자극했을지 모른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여행의 이유와 목적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말이다. 비즈니스 출장처럼 확실한 목적성이 아닌 일상의 여행은 그 무엇도 가능하다. 먹거리를 즐기기 위한 여행이 되기도 하고, 볼거리를 위한 일정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의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부지런히 이곳저곳을 방문일지 찍듯 다니는 것이 보통이다. 가족 여행은 어른과 아이, 아빠와 엄마, 자녀의 상반된 관심사로 인해 일정을 짜는 것이 매우 어렵다.


원래 일정 중 하나였던 요트 투어가 기상 악화로 취소되었다.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서 어쩌나 하다가 제일 가깝게 이동할 수 있었던 센텀시티로 갔다. 지하 푸드코트에서 이것저것 맛난 것을 사 먹으며 떨어진 당을 충전하다 보니, 그래 이게 여행이지 별게 있냐 싶었다. 이렇듯 여행이란 잘 짜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도 있지만 불가피한 이유로 전혀 다른 것을 해보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인생도 이렇지 않던가.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기보다 늘 상황은 변하고, 결국 그 안에서 최선의 선택을 통해 만족하게 되는 것.


요즘의 나는 우리 문화와 유산, 역사에 대한 테마를 잡는 것은 어떨까 싶어 진다. 나이가 들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아니, 그렇게까지 거창한 목적성과 의미보다는 보통 사람의 역사에 대한 것이다. 부산역 앞에 있는 초량 이바구길 168계단과, 그것을 중심으로 빼곡하게 자리 잡은 집들이 지금은 관광지로 발전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서민들의 삶, 애환을 한 번 떠올려 본다. 골목길 계단을 오르며 살았던 선배들의 고단했던 과거가 그저 한 장의 사진 속에 지나가는 이야기가 되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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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면 - 최백호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고운 머릿결을 흩날리며

나를 반겼던

그 부산역 앞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어디로 가야 하나 너도

이제는 없는데

무작정 올라간 달맞이 고개엔

오래된 바다와 오래된 우리만

시간이 멈춰 버린 듯 이대로

손을 꼭 잡고 그때처럼 걸어보자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간 광안리

그때 그 미소가 그때 그 향기가

빛바랜 바다에 비쳐 너와 내가

파도에 부서져 깨진 조각들을

맞춰 본다

부산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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