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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n 21. 2021

누군가의 경험을 사는 것에 대하여

커피챗소고

언젠가 링크드인의 어떤 글을 읽다가 낯선 것을 발견했다. 글의 말미에 '저의 커피챗 링크'라고 적혀 있는 메모를 발견한 것이다. 궁금한 것은 찾아봐야지. 그 링크를 타고 들어가니 과연 전에 모르던 새로운 서비스를 알게 되었다. 장황한 설명보다는 커피챗 사이트를 한 번 들어가 보시면 금방 눈치챌 수 있을 것 같다. 핵심만 말하면 업계 경력자와 20분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플랫폼)이다.


경력자와 이야기 나누는 시간의 의미

정말 커피 한 잔 하면서 선배든 후배든 동료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다니는 회사에선 종종 티타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Tea가 되었건 coffee가 되었건, 음료수든 아니든 함께 수다를 떠는 시간은 언제나 좋다.

새로운 부서나 나라에서 일을 하게 되었을 때 현업을 능숙하게 할 수 있을까? 경험 상 그렇지 않았다.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하면서 필요한 것은 주변인의 관심과 도움이다. 주변인이란 결국 인적 네트워크의 자산의 중요성을 말한다. 해외 파견을 처음 나가서 어쩔 줄 모르던 시기에 공동연구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은 한국에서 만들어 놓은 소중한 인연 때문이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은 싱가포르 국책 연구소의 디렉터였다. 처음엔 정말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함께 했던 점심시간 1시간 동안 큰 깨달음을 얻었었다. 일을 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이야기했고, 그는 당신의 경험을 기꺼이 나누어 주었다. 조언이 더 다가왔던 이유는 그 사람 또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를 오랫동안 다닌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는 건 이런 것이 아닐까! 비록 끝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인연으로 발전하지 못했지만 괜찮다. 핵심은 다른 사람을 만나는 행위, 그리고 그와 스몰 톡을 하면서 상대방의 지난 경력을 공유하는 행위의 좋은 점을 경험하게 되었던 사건 그 자체다.


왜 그런 공유의 시간이 중요할까?

회사에서 하는 일의 개념을 단지 보고서를 쓰고, 회의에 참석하고, 실험을 하는 것으로만 정의하는 것은 매우 지엽적이고 편협한 생각이다. 일의 시작과 끝에는 다양한 부서와 사람이 관계되고 그 안에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 새롭게 생기는 문제를 어떻게 누구와 해결할지, 당장 풀 수 없다면 어떤 식으로 우회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기는 고민에 대해 '함께' 해결하는 공유의 시간 전부 '일'이다. 공유하기 위해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사실 수다를 떤다고 표현한 티타임 (또는 커피챗) 또한 일을 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것도 매우 소중한 일 말이다.

그런 시간이 익숙하지 않다면 처음엔 신변잡기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둘 사이의 미묘한 간극을 깨는 아이스 브레이킹이 적당해 이루어지면, 이후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된다.


일면식 없어도 도울 수 있다.

커피챗 플랫폼 서비스를 알게 되었을 때, 앞서 말한 나의 에피소드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전혀 모르던 사람이 선뜻 자기 경험을 나누어 준 행위에 감사만 할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나도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어느새 이 업계에서 17년의 경력을 가졌으니 가벼이 볼 것이 아니다 (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만).

경험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공유하는 행위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결국 누군가의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문제는 어디에 가서 경험을 구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IT 업계에 궁금한 것이 있는데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딱 나타나기란 쉽지 않다. 현재 일하던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군으로 넘어갈 때 그 동네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어도 어지간해서는 조언을 구할 귀인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인에게, 친구에게 ‘누구 아는 사람 없어?’ 이런 부탁을 하기 일쑤다. 그런데 이제는 업계 경력자를 돈 주고 잠깐 대여(?)할 수 있게 되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 되었달까. 평생 만나기 어려운 전문가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건 매우 매력적이다.


누군가 ‘책을 산다는 것은 작가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일과 관련된 책의 저자로서 이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겠다. 구슬을 꿰어 놓으면 보배가 된다는 것이, 경험을 나누는 세계에서도 맞는 말이다. 책을 출판했지만 그것만으로만 부족한 것 같다. 책은 어떤 시점에서 완료가 된 이야기지만, 나는 여전히 새로운 경험과 함께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챗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내 인생과 경력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나를 널리 알리고 싶어 졌다. 경험을 대여할 준비가 되어있다. 누군가 나의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더 나은 선택과 판단을 하고, 지금 가진 고민을 조금 덜 수 있다면 그로 충분한 것이다.


이야기를 듣는 입장에서는 확증편향에 빠지지 않도록 정보를 걸러서 듣는 것에 주의하면 좋겠다. 아무리 해당 업계의 경험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결국 한 사람의 의견일 뿐이다. 주로 보편타당한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말하는 사람의 경험에서 비롯한 편견이 작동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사람들은 의외로 대화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그래서 특정 분야의 장점과 단점을 둘 다 전달해도 듣는 사람이 취하는 것은 자기가 원하는 쪽일 가능성이 더 높다.


어제 커피챗을 했다.

지난주 목요일에 카톡이 울렸다. 커피챗을 신청한 사람이 있으니 수락하겠냐는 질문이었다. 커피챗 파트너로 등록하고 첫 번째 신청! 찬찬히 그가 남긴 질문을 보니 답해줄 수 있는 것도 있고, 전문성이 낮아서 답하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어쩔까 고민을 하다가 친구 찬스를 쓰기로 했다. 마침 질문 내용에 해당하는 분야에 친구들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자 비용을 댄다면 나 역시 그에 준하는 준비는 필요하지 않을까.

정작 실전은 20분이라는 짧은 시간, 서로의 인사도 매우 짧게 진행하고 zoom으로 음성 통화만 하는 것이었지만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가 지불한 돈과 시간에 맞게 내 경험과 생각을 제대로 전달했는지 궁금하다.


"고민이 많았는데 꽤 많이 해소가 되었어요"

이 답변이면 성공적인 첫 상담이라고 믿고 싶다.


오늘의 이 경험이 얼마나 꾸준하게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적어도 과거의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 그리고 설사 세상에 단 한 사람일지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뿌듯한 보람으로 남을 것임을 난 알고 있다.



ps. 본 글은 커피챗 서비스와 아무런 관련 없이 이번에 상담을 하면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홍보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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