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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Apr 27. 2022

외로운 40대들이여, 글을 쓰세요

직장에서 훈계말고 브런치로 풀어보세. 

라떼는 말이야가 어색하지 않아 지는, 나 같은 40대 직장인의 특징이 있다. 대부분 자기주장이 확실하다. 세상을 사오십 년 정도 살다 보면 주관이 확고해져서 여간해서는 생각과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 객관적으로 내 잘못인 것을 알면서도 괜한 자존심으로 인정하기를 싫어하고 고칠 생각은 거의 없다. 바꿔볼까 하다가도 여태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바꾸기도 싫고, 그럴 이유도 찾지 못한다. 내가 믿는 것,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오해하곤 한다. 또 다른 눈에 띄는 특징은 남에게 무언가 조언을 해주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한참 어린 후배를 보면 좋은 말로는 조언을, 나쁜 표현으론 참견을 하고 싶어 한다. 각 잡고 훈계하긴 싫고 멋지고 시크하게 툭 한 마디 던지고 싶지만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회사를 비롯한 자기 일에서 경력이 올라간다는  단지 연차가 쌓인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간혹 연차는 거꾸로 먹었나 싶은 경우도 있긴 하다!).  후배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은 욕심이 들고, 괜찮은 선배가 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때론 의무감 같은 걸 느끼기도 한다. 회사에 오기  조직 생활이란 어떤 것인지 아무도 내게 알려준 적이 없었다. 회사에 와서 직접 부딪혀가며 이런 고민, 저런 어려움 겪으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래서일까, 뭔가  모르는 - 또는 모른다고 지레짐작하는 - 후배를 만나는 기회가 생기면 뭐라도 하나 알려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짧지 않은 회사 생활의 누적은 때론 생각의 다양성을 제한한다. 내 나이대 직장인의  지도를 그려본다면 회사 일을 제외하고 남은 자리에 들어갈 것은 기껏해야 주식이나 골프 정도랄까? 남들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 회사 업무 외에 공통의 주제를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먹으러 가면  얘기  얘기 끝에 결국 회사  말고는 별로  말이 없다. 회식 자리는 당연히 회사 일의 연장선이니   들어가면 끝내 나오는  다시 업무 이야기일 뿐이다.


이상하게 조직장 들은 말이 많다. 회식 자리는 말해 무얼 할까. 오다가다 붙잡히면 한 동안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야 하기 일쑤다. 언젠가 조직장(특히 임원) 말이 많은 이유에 대해 분석해  적이 있다. 내가 내린 답은 외로움이었다. 외로운 존재가 되면 누군가와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기회라도 악착같이 잡아서 떠드는 것이라는 게 나의 주장이다. 사람은 누군가와 소통하며 지내야 한다. 남이 내 얘기를 건성으로 듣더라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이 된다. 독백에 그칠 수는 없으니 나이  아저씨들의 수다와 조언은, 그저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있는, 또는 듣는 척해주는 후배가 있을 때야 가능하다.


조직장은 어쩌다 외로워질까. 안타깝지만 그냥 그 자리가 만들어 내는 부작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젠가 파트 사람들과 회식을 준비하면서 팀장을 초대할까 고민했었다. 팀장과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다들 내심 '안 왔으면'하는 속내를 내비쳤다. 상대적으로 다가가기 어렵거나 존재 자체로 부담인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그걸 떠나 그냥 OO장이라는 타이틀을 단 사람은 싫어지나 보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이야기할  주도적이지 않은 편이다. 성격 탓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굳이 말을 많이  이유를 찾지 못하였다. 내가 외로움을 덜 타는 성격이라서 그럴까. 가만 듣다 보면 분명 어떤 주제는 그게 아니라, 또는  생각엔.. 이렇게 시작하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가끔은 전에 그런 말을 했던  같은 기시감이 들곤 했었다.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서라는 합리적 결론에 이르렀다. 나라고   말이 없겠는가. 후배에게 조언하고 싶은 충동이 없을 리 없다. 그럴  대부분 글감으로 정리해 두거나 글을 완성시켜 여기에 올렸.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대해 떠들고 싶은 소통의 욕구, 말하고 싶은 기회와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발산할  있었다.  글자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오히려 관점을 달리하면서 상황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동의하지는 못해도 동감까지는   있는 그런 마음가짐이 들면서 역지사지하는 사건도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마음이 풀어지고 어정쩡한 원고로 남아 완성되지 못한 글도 여러 개다.


그러니 누군가와 소통하고 싶은데 놀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당신, 커피 한 잔 하자면 눈치 보면서 이내 자리를 뜨는 후배 사원을 붙잡아 괴롭히지 말고 글을 쓰자. 브런치 같은 곳에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겪는 고민을 함께 나누면 그것만으로도 스트레스는 줄어들 수 있다. 내 생각을 편견 없이 들어줄 수 있는 이런 곳이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괜히 좋은 얘기 나눔 한다고 팀에 단체 메일이나 단톡방에 좋은 문구라고 올릴 생각일랑 접어두고 익명의 독자들과 소통하기를 내 감히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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