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을 기다렸다.
드디어 아이슬란드로 간다.
어느 누구와도 함께가 아닌, 혼자만의 여행이다.
누군가 물었다. 왜 아이슬란드냐고.
10년 전, 근속 휴가를 받아 혼자 떠난 어행에서 스위스의 대자연을 만나 사랑에 빠졌었다. 내게는 말 그대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출장이나 가족 여행으로 나름 괜찮은 곳을 다녀 봤다고 생각했는데, 스위스에서 그만 나는 넋을 잃고 말았다. 특별하게 하는 일 없이 펼쳐진 풍경을 보고만 있어도 설레고 감동받았다. 아, 물론 사람마다 마음을 울리는 포인트는 각자 다른 법. 내게 있어 멋진 자연의 풍경이 주는 무한한 압도감은 대도시의 마천루가 풍기는 멋짐과는 차원이 달랐다. 도저히 사진이나 화면에서는 담을 수 없는 그 웅장함이 10년 동안 그리웠다. 그래서 다시 고른 여행지가 바로 아이슬란드였다.
사람들은 놀란다. 어떻게 혼자 가는지.
결혼하고 아이도 있는 40대 늙수그레 아저씨가, 가족들 두고 홀로 떠나는 길에 대해 내심 부러움을 감추지 않는다. 하긴 나도 그게 제일 미스터리하다. 10년 전에도 아내는 4살 아이와 자기는 집에 있겠으니 잘 다녀오라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쿨함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나는 늘 사람은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건 대단한 행운이다. 잠시 뿐이라도 나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아내 덕분에 철없는 남편은 싱글벙글이다.
같이 동행자를 구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여행을 알아보다 보니 대개 20-30대끼리 갈 수 있는 여행 상품들이 많고, 나 같은 40대 끝자락의 남자를 원하는 모임은 거의 없었다. 무작정 모르는 사람들과 조인하기는 참 쉽지 않았다. 처음 만난 누군가와 낯선 여행지를 탐험하는 과정의 즐거움도 있겠지만 어쩐지 이번 여행의 콘셉트는 외로움, 그 자체였으면 하는 마음 또한 있었다. 그렇게 난 홀로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두고 가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 내가 맡은 일에 대한 남겨짐, 막상 여행지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막연한 두려움이 공존한다. 실은 혼자 여행을 준비하며 어설픈 것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 출장은 정해진 곳을 딱 찾아가면 되니 쉽지만, 여행은 나에게 많은 자유가 주어지는 일이라 다르다. 환전도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 환율 잘 보며 적당한 가격에 해둬야 하고, 여행자 보험도 꼼꼼히 알아봐야 한다. 먹을거리 싸가면서 언제 무슨 끼니로 먹을지 계획을 구체화해야 하고, 옷은 어떻게 입고 다녀야 하는지 그 나라의 9월 평균 날씨도 열심히 찾아봐야 했다. 투어 프로그램이나 경로는 당연히 여행 당사자가 고민해야 할 일. 그동안 아내가 주로 여행 일정을 짜고 나는 시큰둥하게 동의만 했던 터라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였던 것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건 정말 다른 일.
이상한 두근거림이 있다.
그런데 기분 좋은 설렘보다는 약간의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며칠 전부터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혼자의 경험인 출장을 떠올려 보면 긴장감은 없었다. 왜 이번 여행만큼은 이런 기분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홀로 떠난 여행이 너무 없었던 탓일까. 챙기느라 귀찮기만 했던, 가족들 짐을 싸고 일정을 준비하던 때가 그리운 것은 참 아이러니하다. 반백살이 거의 다 되어서도 내가 속한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건 (거창하지 않아도 적당한)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그 용기를 마음에 꾹국 눌러 담고
낮선 곳으로 떠나보련다.
(사진 출처: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