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Aug 02. 2017

연구원 이직에 관하여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사라진지 오래되기도 하고 평균 수명 역시 비약적으로 증가한 요즘, 다른 회사나 직업으로의 이동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작은 개념의 이직으로는 같은 회사 내에서 팀을 바꾸는 것도 있다. 나 또한 이직을 하려고 다른 팀으로 가기 위해 준비한 적도 있고, 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을 전제로 타 회사 면접을 본 경험도 있다. 


다른 회사로 이직

회사를 다니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다. 특히 어느 정도 업계의 속성을 파악했다 싶을 때 다른 유사 직장으로의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5년 차 정도에 겪었다. 어떤 회사에 TO가 있으니 지원해 보면 어떠냐고 학교 후배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서류통과, 전화면접까지 잘 진행되었고 마지막 프레젠테이션과 임원과의 최종 면접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레젠테이션은 선방했다. 최종 면접이 문제였다. 영어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내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는데 문제도 있긴 했는데 그보다 내가 대답한 내용이 좋지 않았다. 정확하진 않지만 왜 회사를 옮기려 하냐는 질문에 부당한 대우와 평가(인사고과)를 이유로 들었다. 당시 그게 나름의 고민이기는 했지만 그 회사에 내가 지원해서 할 수 있는 일과 능력, 나의 역량을 피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대답이었을게다. 지금 생각해 봐도 참 민망한 대답을 했구나 하는 부끄러움이 있다. 이직에 대한 절실함 보다는 시장에서 나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본다는 느낌? 솔직하게 대답했다는 만족스러움도 있지만 컨설팅이나 고민상담도 아니고 이직이라는 큰 주제에는 결코 맞지 않았다. 


CEO Report라는 자료에 보면 인재들이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로 더 나은 승진 기회 (43%), 도전적인 직무기회 (28%), 즐겁게 일하는 곳을 찾아 (23%) 등이 상위에 있다. 이직율이 매우 낮은 일본 GE의 인사 담당자에 따르면 우수 인재들이 성공하고 싶고 꿈을 우리고 싶은 경력 욕구를 조직이 뒷받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급여 인상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조직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더 중요한 요소다. 이직에 관한 여러 조언들 중에 더 이상 이 조직에서 성장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라는 것을 종종 본다. 
이공계 박사학위 소지자 설문결과, 민간기업 연구원의 이직이 높다. 표본 수가 작긴 하지만 (600명 중 50여명의 민간기업 연구원 포함) 70%에 달하는 연구자가 한 번이라도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특히 첫 직장 재직기간이 2년 이내인 경우가 78% 이상인데, 입사동기들을 봐도 그렇다. 초반에 아예 다른 곳으로 빨리 이동해서 다시 자리를 잡거나 장기적으로 현 직장에 눌러 앉는다. 



학계로 이직

주변에 보면 학계로 가는 선후배가 참 많다. 성과 (논문)관리도 하고 채용 시기와 전문성이 잘 맞으면 학교쪽으로 진출하는 기회는 제법 생긴다. 주의해야 할 점은 그런 만큼 아는 사람들이 참 많이 퍼져있어 소위 레퍼런스 체크를 당하기 쉽다. 언젠가 나에게 대학 동기가 전화를 걸어왔다. 웬일인가 싶어 받으니 우리 회사 출신 연구원이 자기네 대학에 지원했는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평판에 관해서도 얘기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은 단지 회사 내 입지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학교로 이직할 때도 상황을 잘 판단해야 한다. 학교인 만큼 연구도 중요하지만 회사 출신 경력자를 채용하는 회사에서 겪은 경험과 네트워킹 등을 잘 이용해서 산학연계의 기회를 얻고자 함이 크다. 앞선 사례의 사연을 들어보니 지원자의 연구력에는 의심할 바가 없으나 학교에서 뽑으려는 의도가 위에서 말한 것과 비슷했다. 


오래 되었지만 2012년 이공계 인력 육성과 활용, 처우에 관한 실태조사 (미래창조과학부)를 보면 이공계 박사 이직율이 6.1% (2011) --> 6.5% (2012)이다. 특히 기업에 다니는 경우, 9.1%에서 12.2%로 늘었다. 박사 학위가 나름의 선택권을 갖는 기회로 작용하여 학교로 가는 것이다. 기업 근무하는 박사 평균 임금이 7375만원이고, 대학의 박사 임금이 7127만원이라 처우 자체도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그러니 차라리 '연구 그 자체'에 충실할 수 있는 대학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서 평균 임금을 계산했는지 모르겠으나 최근 자리를 옮긴 지인의 사례를 보면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10년 이상의 회사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나 대학으로 갈 때 연봉을 반토막 당했다). 어쨋든 학교로 가고 싶은 까닭은 내 연구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싶다는 측면이 강하다. 또 하나,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기업 연구소 보다는 학교가 주는 안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공공-민간연구소->대학, 대학<->대학, 공공연구소<->민간연구소 이동은 있어도 대학으로부터 다른 부분으로 인력 이동은 거의 없다. 



타 부서로의 이직(이동)

사내에서 빈번히 일어나지만 막상 내가 그 대상이 되면 가장 고민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앞선 이직은 현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고 퇴직해서 다른 곳으로 가버리면 차라리 깔끔하다. 회사 내에서 타 부서로 가는 경우가 오히려 복잡하고 어렵다. 옮기고 싶은 사람의 의지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이동할 가능성이 높으나, 상위 의사결정자가 강력히 반대하면 괜히 말만 꺼내서 이상한(?) 사람 되기 십상이다. 

타 부서로 옮기고 싶은 사유는 다양하다. 동료와의 갈등, 상사와의 갈등도 있고 정말 일이 맞지 않아서인 경우도 있다. 새로운 일을 경험하고 아예 career path를 달리 가져가는 사례도 있다 (연구원이 마케터가 되거나 그 반대의 경우). 

보내려는 부서는 아쉽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원치 않는 갈등을 겪게 된다. 사내에 career를 바꿀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들, 프로세스들이 마련되긴 하지만 여전히 ‘사람’ 의존적인 점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드물게 보내고 싶은 상황도 있는데 타 팀에서 받지 않고 싶어하는 경우도 있다. 이유는.. 뻔하다. 

이전에 본인의 전문성을 가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naymore/78). 선택의 문제이긴 하지만 회사에 온 이상 다양한 경험을 통해 넓은 전문성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도 몇 년에 한 번씩 여기저기로 잘 이동하는 사람이 있다. 



이직에 왕도가 있는가? 

최근 대학에 있는 친구가 연락을 해왔다. 교수 자리가 있는데 올 생각 있냐는 것이다. 결정적으로 최근 3년 성과가 너무 부실해서 서류 지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언제 어느 때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준비라는 것이 떠날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지라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에서 수준 높은 성과와 좋은 평판을 쌓아 놓는 것이 필요하다. 기회는 늘 준비된 사람이 잡을 수 있는 법이니까. 

이전 05화 논문의 저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