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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y Jun 30. 2017

논문의 저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회사 연구원을 위한 조언


연구자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때 중 하나는 연구실적이 완성된 논문으로 출판되었을 때다. 논문에는 몇 가지 구성요소가 있는데 그중 하나로 authorship이 있다. 우리말로 하면 ‘저자’로서 논문을 완성 하는데 누가 기여했는지 알려준다.

논문에는 필히 저자가 있다. 저자란 그 논문이 탄생할 수 있게 기여한 사람(들)이다. 저자로 나열되는 순서를 통해 논문이 만들어지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보여주지만 정확히 몇 퍼센트라고 정량적 인 값은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제1저자(거의 모든 실험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음)와 교신저자(연구 논문이 출판되는 것에 대한 최종 책임자) 가 가장 크게 기여하는 것은 확실하다. 내가 아는 한 같이 일했던 사 람들을 저자로 올리는 여부에 대한 판단도 교신저자에게 있다. 만약 논문이 표절이나 거짓 결과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 이는 제1저자뿐 아니라 교신저자에게 큰 책임이 있다. 그러므로 수많은 저자들 중에 가장 의미를 두는 저자는 제1저자와 교신저자이다. 해당 논문의 일등 공신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일지라도 연구직에 있다 보면 학술발표뿐 아니라 논문을 쓰게 되는데, 저자에 대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누가 어느 자리에 들 어가야 하는가에 대한 의견 차이가 생긴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히는 일이다 보니 그런 것이다. 그것 때문에 간혹 얼굴을 붉히는 다툼 과 논쟁, 어이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예전에 공동 1저자를 약속 하고 다른 팀 사람과 논문 작업을 한 적이 있다. 나중에 출판된 내용 을 보니 나는 제2저자가 되어 있었다. 그가 약속을 어기고 혼자 1저 자를 가져간 것이다.


왜 그럴까? 규칙이 없어서 그렇다. 논문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그리고 논문에서 저자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굳이 회사 차원에서 이에 대한 규칙을 세울 필요는 없다. 인 사, 승진, 연봉, 징계 등등 회사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영역에 많 은 고민 끝에 세워진 규칙을 생각해 보라. 하지만 논문 저자에 대해 서는 규칙이 없으니 사람마다, 시대마다, 팀마다 상황을 다르게 해석 하고 적용한다. 가령 논문을 쓰는 도중에 발령이 나서 팀이라도 중간 에 바뀌면 이름이 빠지거나 저자 순서가 바뀌기도 한다.


정말로 이 규칙을 제대로 세워보고 싶은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 나 만의 규칙을 갖고 논문을 쓸 때 저자 순서와 포함 여부를 결정했는데 가끔은 그 규칙이 상황 논리로 풀리는 경우에 마주치곤 했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서울대를 비롯한 몇몇 유명 대학에서 논문저자, authorship에 대한 규정을 스크랩하고 조사를 해본 적이 있 다. 내용을 정리하면서 직속 상사에게 필요성을 설득했었다. 적어도 우리 팀에서만은 규칙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이다. 그러 나 이런 일들은 회사에서 원하고 ‘급하고 중요한’ 일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흐지부지되었다. 어쩌면 나도 이 사안을 그렇 게 취급한 것이다.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당장 문제는 안 되니까 하 고 생각했다. 처음엔 몰라서 안 하고 후에 알게 되어도 귀찮아서 안하는 악순환이다.

그때 좀 더 노력해서 규칙을 만들 걸 그랬다. 조금은 불합리 할 수 있어도 규칙이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 낫다. 규칙이 있으면 더 나은 방향으로 고쳐질 수 있는 기회라도 생긴다. 석사 때 처음으로 인건비 라는 것을 받아보았는데 너무나도 액수가 적어서 황당했다. 그런 나를 보며 선배는 “일단 받기 시작해야 오를 수 있어”라고 달래 주었 다. 처음부터 모든 것이 완벽하게 시작하기란 어렵다. 그래도 미래를 위해서 적절한 운영 방침과 규칙을 꼭 유념해야 한다.


최근 The Cosmetic Chemist 사이트에 게재된 글을 보고 동감하여 일부 내용을 번역하여 올려본다 (구글번역기의 힘을 1차적으로 빌고 추후 내가 좀 더 매끄럽게 수정했음을 밝힌다). 


(원문: http://www.thecosmeticchemist.com/education/career_corner/authors_guest_authors_and_ghost_authors.html 제목: Authors, Guest Authors, and Ghost Authors: Does it Matter to the Cosmetic Scientist?)



저자 지침(authorship guideline)은 과학이 과거 위계적이고 비윤리적인 선배나 연구 감독자가 어린 과학자들을 해치는, 이른 바 "식민지 시대"의 과학에 존재했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발전했다. 벤치에서 힘들게 일하며 기여한 연구자들에 비해 나쁜 선배들은 단지 논문에 이름을 넣기만 하기 때문에, 진짜 저자들은 마치 유령 저자마냥 논문에 대한 그들의 실제 기여도를 선배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이 부패한 관행을 지속시키는 것은 Impact factor 이다. Impact factor는 과학적 생산성(성과)을 측정하기 위한 잣대지만 학계에서는 연구 지원금, 산업계에서는 진급이라는 구체적 보상을 받는데 활용된다. 어떤 분야에서는 논문 작성에 관계없이 실험실이나 연구소의 수석 연구원, 연구 책임자 또는 연구비 지원자를 최종 저자로 넣는 것이 관습이다. 이런 형태는 기업 연구소에서도 마찬가지다. 폐단을 막기 위해 많은 저널은 논문의 모든 저자가 저자 선언(authorship declaration)에 서명하도록 요구하고 있지만 거짓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화장품 과학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우리는 과학 공동체로서의 신뢰를 유지해야 한다. R&D 기관의 신뢰성은 마케팅과 판매를 위한 견고한 기반이다. 제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의사나 피부과 의사들에게 화장품 연구에서 과학을 매우 진지하게 대하고 있음에 확신을 주어야 한다. 활성 성분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당사자라면 주요 화장품 회사의 R&D연구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이는 비즈니스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기업의 관리자나 상사는 어린 연구자들의 아이디어와 실험 결과를 마치 자신의 것인냥 가져가 client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중간 관리자의 위치에 도달한 회사의 대변인들은 연구경험이 없거나 그만 둔지 오래다. 여기서 위험한 점은 연구와 밀접하게 관련이 없는 사람이 제한된 전문 용어를 사용한다거나 문제 시에 조사 결과를 설명하거나 방어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 문제는 조직의 지적 재산권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특허의 유효성은 잘못된 저자 윤리로 인해 쉽게 망가질 수 있다. 단지 비양심적인 것을 떠나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나 실행에 대해 중요하고 실질적인 공헌을 한 저자의 이름을 생략하는 것은 불법이다. 따라서 업계의 모든 과학자들은 출판물과 특허에 대한 저자 지침의 실행에 대해서 적절한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과학이 항상 훌륭한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나쁜 과학은 나쁜 비즈니스 일 수 있다. 기업은 직원들에게 의무적인 윤리 교육을 제공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돈을 소비한다. 그러나 이러한 윤리 코스는 대부분 공무원에게 뇌물을 제공하지 말거나 고객으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않기 등이다. 이제는 과학 기술 분야의 윤리 또한 이 교육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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