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y Feb 24. 2017

'나'의 브랜드를 갖자

회사 연구원을 위한 조언-2

석사나 박사를 하게 되면 '전문성'이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학부에서 배우는 전공 공부가 여전히 해당 분야의 광범위한 지식 습득이라면, 대학원 과정을 통해 그 중 일부를 더 깊이 연구하게 된다. 막 대학원을 졸업하는 석/박사의 경우 독립적으로 연구를 기획, 계획하고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일단 그 사람이 무엇을 전공했고 어떤 기술을 습득했는지를 본다. 그리고 그 기술을 통해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채용을 결정한다. 

세상은 넓고 능력자들은 많다. 석/박사까지 하는 경우 다들 공부라면 남부럽지 않게 한 사람들이다. 안타깝게도 회사엔 그런 사람들이 널렸다. 비슷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 능력이 엇비슷한 사람들이 한 팀에도 여럿이다. 우리 회사만 해도 연구조직에 400명이 넘는다. 그래서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엇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개인 브랜드라고 부른다. 

비슷한 제품이라도 어떤 브랜드 이름을 갖느냐에 따라 가격도 차이가 나고 소비자의 선택이 다르듯, 내 동료들과는 구별되는 개인 브랜드의 가치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구직인만큼 가급적 어떤 기술의 '전문가'로 기억에 남는 것이 좋다. 해당 분야의 연구, 과제, 이슈가 발생 했을 때 항상 머릿 속에 떠오르는 누군가가 되는 것이야 말로 영광 아닐까? 그것도 되도록이면 명품 브랜드로서 말이다. 


때로는 남들의 오해로 또는 우연한 계기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처럼 인식되는 경우도 있다. 입사 후 한 팀에서 계속 근무하다가 1년간 다른 팀으로 발령이 났다. 그 때 공동연구를 하나 담당한 적이 있다. 물리적 자극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보는 연구였는데 어느 날 보니 내가 회사 내에서 그 분야의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더라. 물론 공동연구 때문에 논문도 보고 공부도 하면서 나름의 지식을 쌓긴 했지만 전문가라니?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인지. 관련된 무슨 일만 생기면 부르거나 찾아 오는 것이 좋기도 하고 싫기도 했다. 몇백명이 있는 조직일지라도 새로운 분야나 희소성이 있는 기술의 경우 의외로 전문가가 없는 경우도 많아서, 때로는 무주공산으로 전문성을 획득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실력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말이다. 사실 바람직한 예시는 아니다). 


해가 지나고 다른 팀장님과 몇 년을 일하게 되었다. 그 당시 팀장 님은 전문성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렇게 조언해 주었다. 남들이 나를 봐주는 모습을 부정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이 더 좋다고 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수많은 연구원들이 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다 른 사람들에게 나의 전문성에 대한 아이덴티티Identity와 가치를 인정 받기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도 고만고만한 사 람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때로는 한 번의 강한 임팩트가 필 요하다.



한 번의 강한 임팩트와 관련된 곁다리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몇 년 전 연구소장님의 참모진에 속해 일년 동안 일을 한 적이 있다. 다른 연구소에서 우리 연구소로 발령을 받으신 케이스라 나를 잘 모를텐데 내가 선택된 이유가 자못 궁금했다. 같이 일을 한지 몇 달쯤 지나 간택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2-3년 전쯤 연말에 중요한 발표 기회를 잡은 적이 있었다. 그 때 열심히 준비했었고 수상의 영광도 안았다. 소장님은 그 때 나를 처음 알았다고 했다. 어, 발표 좀 하네, 누구지? 하는 인식을 남겼던 것. 




기회가 되고 능력이 허락한다면 하나의 전문성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잘 아는 분야만을 파서 장인 처럼 되는 경우도 있지만 멀티플레이어로서의 능력을 요구하는 경우 가 훨씬 더 많다. 연구원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 기술 분야는 잘 알아 야 하고, 그와 더불어 리더십, 조직 운영, 전략적 마인드 등을 갖는다 면 실로 자신의 브랜드 가치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진다. 탄 탄한 기본기(기술 전문성)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쌓아가자. 그러 면 『격의 시대』라는 책에서 말하는 No. 1보다 Only 1이 될 가능성 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이전 02화 회사 연구소는  대학원과 무엇이 다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