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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우 May 24. 2023

그대 소소히 살라

착한아이 콤플렉스(goodboy syndrome) 부수기

<poem_story>


팀장 은영은  대표에게  커피 한잔 할 시간이 있는지 물었다.

얼마 전 회사 앞 모퉁이에 자그마한 커피숍이 새로 생겼고, 점심 먹고 지나오는데 커피 냄새가 너무 좋아서 커피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은영 팀장은 대표가 부탁을 거절할까 봐, '커피숍 사장님이 직접 커피를 내려주는 테이크아웃 드립 커피집이고, 앉아서 마실 테이블도 있고, 바리스타 사장님이 추천해 주는 드립 커피 맛은 정말 예술이라' 겸연쩍게  부연 설명까지 해댔다.


대표는 은영 팀장이 함께 커피를 마시자는 부탁이 의아했다.


은영 팀장은 사무실에서도 말수가 적고, 힘든 일은 먼저 알아서 처리하며, 다른 팀장과 업무관계로 충돌할 때도 더 이상 논쟁하기 싫어 먼저 사과하는 척 그 자리를 피해 왔고, 무엇을 해달라거나 도와달라는 등의 요구를 한 적도 없을 정도로 내성적이고 착한 직원임을 알고이었기에, 그녀가 함께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는 부탁 잠시 긴장했었다. 


은영 팀장은 소심한 성격이라 누구에게 먼저 커피 한잔 하자, 밥 함께 먹자는 그런 제의를 하지 못하나, 프로젝트를 맡기면 기한 내 어떻게든 해내는 업무적으로 프로페셔널했다. 그렇다고 해서 일을 대충 하지도 않았고 기획서는 누구보다 완벽했고 프로젝트 관리도 잘 해내기에, 대표는 그런 은영 팀장이 필요하다 보니 승진이나 성과급을 떡밥처럼 던지며 가스라이팅 해왔다.


은영 팀장은 며칠  팀장 회의 중 대표가  지시한 프로젝트를 제대로 완성시켜보기 위해, 팀원들에게 역할분담을 시켜 기획서를 작성해 왔는데, 팀원들은 은영 팀장독단적으로 일처리를 한다며 왕따 아닌 왕따까지 시켰다.


은영  팀장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도 벙어리 냉가슴 앓꾹꾹 참아내며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나면, 속은 곪을 대로 곪아 터져 버릴 지경이었고, 힘든 시간 때만 맞춰 찾아오는 생리통은 더 아팠고 쓰라렸으나, 본인의 승진은 물론 대표나 직원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 성과는 팀원 함께 해낸 것이라고 치켜세워주곤 했었다.


그런 지긋지긋한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은영 팀장을 숨 막히게 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시자는 핑계로 대표와 팩트를 이야기한 후, 조언도 받고 위로도 받고 싶었으나, 속에 든 말은 뱉지도 못하고 대표와 함께 맛있는 드립커피만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은영 팀장에게는 지금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방송 광고처럼 쉼이 필요한 타이밍다.

육체적으로나 특히 심리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은영 팀장은 업무적으로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고 하지 말고, 대표 등 누구에게 No라고 할 수 있었야 하고, 팀원에게 습관적으로라도 지적하고 화를 낼 수 있는 근육도 서서히 키워야 하며, 버릴 것은 버리고 단순함만 머리에 넣는 스몰팅킹필요하다고 느끼고 조금씩... 한 발씩... 실천해 보기로 다짐해 본다.


특히 착한 아이 컴프렉스는  쓰레기통에 구겨 던져 버리고, 소소(疎疎)하게 살며 스스로 즐길 줄 아는 용기가 지금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표님, "프로젝트 잘 마쳤으니 다음 주에 1주일 휴가를 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선방을 날렸다.


  




<그대 소소하게 살라>


나이론 클래식 기타 줄처럼

통통 튀는 하루를 시작하라

이루지 못할 만큼

희망 없으면 어떠랴 그대

호흡에 맞게 적당히 걷고

마음 맞게 적당히 사색하고

적당히 일을 하고

그때마다

적당히 웃고, 울고, 적당히 슬퍼하면 그만이니

먼발치까지 희망선 긋고, 목표선 긋고

토끼뜀 뛰듯 하다 제 풀에 지쳐 우울한 그대

괜찮아,

정말 괜찮아 그럴 수 있으니

소중한 그대를

자책하지 말라.


적당히 이룰 꿈과 한계선 그어두고

이뤄내면 기쁘고

닿지 못해도 적당히 슬프게

소소하게 살라

그것이 행복 이리니

어디든 햇살 가득한 곳에서

아지랑이 피는 커피 한 모금만으로도

기쁨이 한계에 닿는

그 정도 깊이만 사랑하는

그대가 돼라.


작은 깃털만으로도 부는 바람에 지지 않고

저 해변, 저 햇살 즐기는 한 마리 새처럼

그대 소소히 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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