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 머무는 여행의 첫 현실

by 나니

발리에서 마음의 짐을 조금 내려두고, 호주에 왔다.

이번엔 여행이 아니라,

이곳에서 나로 살아보고 싶었다.


낯선 환경, 새로운 경험, 처음 만나는 사람들.

기대도 됐고, 동시에 걱정도 됐다.


처음 도착한 도시는 브리즈번이었다.

도심은 크지 않았지만 활기찼고,

조금만 벗어나면 금세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날씨는 거의 매일 좋았고, 해가 길어서 하루가 여유롭게 흘러갔다.



여행할 때처럼 특별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그냥 무작정 걸어 다녔다.

온화한 날씨 덕분인지,

하루 종일 걸어도 크게 지치지 않았다.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여유롭고 친절했다.


문제는 숙소였다.

브리즈번은 골드코스트와도 가까워

휴가로 찾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라고 했다.

그만큼 숙박비가 생각보다 높았고,

장기간 머물 곳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나는 잠깐 머물다 떠날 생각이 아니었다.

루틴을 만들고, 일상처럼 지내보고 싶었다.

하지만 숙소 문제는 계속 발목을 잡았다.


휴직 중인 나는 특별한 수입이 없었다.

예산은 한정되어 있었고,

숙소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

점점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며칠 동안 숙소를 알아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마음은 조급해졌고,

머릿속엔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내가 왜 이곳에 오려고 했을까.

이렇게까지 하면서 머물러야 할까.

지금 이 선택이 정말 나에게 맞는 걸까.

돈과 시간을 괜히 쓰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질수록, 이곳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정을 내렸다.


브리즈번에서 한 달을 지내고 싶었지만,

여기에 머무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지금의 나에게 가능한 다른 선택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멜버른으로 떠나기로 했다.


멜버른은 더 큰 도시라고 생각했지만,

휴가로 찾는 곳은 아니라서인지

오히려 숙박비가 브리즈번보다 합리적이었다.


떠나기로 정하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제야 다시 브리즈번을 바라볼 수 있었다.


브리즈번에서 만난 코알라!


낯선 곳에서 일상을 만든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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