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서 잠시 머무르다.

by 나니


브리즈번을 떠나 멜버른으로 왔다.

떠나기로 결정하고 나서부터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멜버른은 처음부터 ‘여행지’라기보다는

조금 더 살아볼 수 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도시는 컸지만 과하게 붐비지 않았고,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숙소를 정하는 일도 브리즈번보다 수월했다.

가격도, 조건도 현실적이었다.

그제야 비로소 이곳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써볼지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멜버른에서는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정해진 루틴도 없었다.

그냥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걸을 수 있을 만큼 걷고,

마음이 가는 곳에 잠시 머물렀다.



이 도시엔 카페가 많다.

카페마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고,

사람들은 각자 자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를 어떻게 써야 할지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였다.


무언가를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느낌.

그게 멜버른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안정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잘 지내야 한다’는 생각도 조금씩 옅어졌다.

이곳에서는 애쓰지 않아도

하루가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브리즈번에서 느꼈던 조급함과는 달리,

멜버른에서는 머무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되지 않았다.

아마 이 도시가 나에게 맞았다기보다는,

내가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는

잘 지내지 않아도 괜찮았고,

천천히 적응해도 괜찮았다.


그래서 멜버른에서의 시간은

‘무언가를 얻어야 하는 시간’이 아니라

‘그냥 지내도 되는 시간’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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