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가는대로
휴직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필요했던 건,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그래서 그냥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적지는 큰 고민 없이 정해졌다.
코로나 시절 예약해 두고 가지 못했던 발리와 호주.
왠지 이번엔 주저 없이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도착한 발리의 첫 도시는,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라는 짱구(Canggu)였다.
늦은 밤 발리에 도착해 푹 자고 난 다음날, 처음 마주한 짱구의 모습은 솔직히 조금 낯설었다.
한국의 선선한 10월 날씨에서 막 떠나온 터라,
발리의 뜨거운 공기와 복잡한 오토바이 소음이 버겁게 느껴졌다.
며칠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씩 익숙해졌다.
브런치 카페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커피를 마시던 중,
문득 ‘아 여기 정말 한 달 살기 하기 좋은 곳이구나’ 느껴졌다.
묵고 있던 게스트하우스는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방을 청소해 주고, 수압도 세고 침구도 쾌적했다.
발리에서 샤워필터는 필수라길래 챙겨 왔지만, 이곳의 물은 유난히 깨끗했다.
숙소 근처에 있던 와룽시카(Warung Sika) 도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그냥 사람이 많길래 들어갔는데, 나시짬뿌르가 생각보다 훨씬 맛있었다.
한국의 기사식당처럼 정겹고, 짱구에서 머무는 동안 두 번이나 다시 찾았다.
그렇게 조금씩, 낯선 도시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발리에는 서핑, 요가, 크로스핏, 수영, 헬스 등
온종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넘쳐난다.
나는 스노클링은 좋아하지만 서핑은 잘 안 하고,
운동을 좋아하지만 헬스장은 재미없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이 점점 좋아지는 이유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느끼는 건,
이 도시는 활기차고, 언제든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기분이 든다는 것.
일할 수 있는 공간도 많고,
쉴 수 있는 공간도 많다.
그리고.. 음식이 꽤나 맛있다.
앞으로의 한 달은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키는 대로,
조금은 무작정 지내보려 한다.
지낼수록 더 기대가 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