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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 Apr 04. 2024

이별 사유 하나, 회를 먹지 못해서.

스쳐간 옷깃들(가제)

이별에는 참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들 한다. 보통은 이 문장 뒤에 '어쨌든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표현이 붙는 것 같지만.


딱히 연애를 많이 하진 않았는데 어째 한 명, 한 명이 일당백의 스토리들을 남겨준 사람들이라 이별의 사유도 상황도 가지각색이었다.


그 중 하나는 '회를 먹지 않아서 너무 슬퍼.'라는 이야기.


편식이 심한 편이고, 이것도 나아진 것.

20살 때는 회도 먹지 않았다. 연어도 23살은 되어서야 먹었던 기억.


꼭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군대의 영향이 있는지 보통 내가 만났던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못 먹는 음식이 없는 편이었고, 또 대부분은 잘 먹는 편에 속했다.


아무튼 내가 회를 먹지 않았던 시절에 만났던 남자친구도 잘 먹기로는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족발을 먹지 않았던 내가 본인을 만나면서 족발을 딱 한 번 먹었던 것에 어찌나 감명을 받았는지 그 뒤로도 자꾸만 무언가를 먹이려고 해서 내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족발은 그 이후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먹지 않고 있다.)


당시에는 나보다 연상이라 어른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나이로 생각해보면 둘 다 어리기 그지 없어서 이별의 광경도 둘만 슬프지 지금의 내가 보면 웃음이 터질 지경인데 그가 나에게 이별을 통보했던 사유 중 하나가 바로 '회를 먹지 못해서.' 였기 때문.


이 소식을 들은 동기들은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위로를 해야 하나 혼란에 빠졌고,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대학 축제에서 다른 단과대학 부스에서 회를 포장해서 판다는 소식에 냅다 그 학과 친구에세 달려가서 사온 동기 하나는 '제발 한 점만 먹어보라.'며 애원했다.


결론은, 그 때 광어회를 먹고 지금은 회에 소주를 먹을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는 이야기. 이제 회 못 먹어서 이별할 일은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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