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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영씨 Apr 02. 2018

내가 상하이에서 일을 하는 이유

산업의 중심으로 가라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국인만 거의 10만 명이 된다고 한다.  기회의 땅인 중국에서 돈을 벌고자 오신 개인사업자분들,  중국지사로 파견 나온 주재원분들, 어학연수로 온 학생들, 중국에 취업해 근무 중인 회사원들 등 각자 다양한 목적으로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      


내가 상하이로 오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내가 근무하고 싶은, 관심 있는 산업이 이곳 중국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상하이의 변화가 가장 빠르기 때문이다.   


즉, 크루즈 때문이다.  


로얄캐리비안 인터네셔널의 콴텀호


크루즈라고 하면 보통 마이애미, 플로리다, 즉 카리브해 크루즈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지중해도 있을 수 있겠다. 지중해는 그래도 시즈널 상품이라고 한다면 마이애미는 일 년 365일 내내 부두에서 크루즈를 볼 수 있다. 게다가 38척의 크루즈(2016년 기준)가 마이애미에서 출발을 한다. 마이애미야 말로 제대로 기능을 하고 있는 홈 포트(Home Port)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아시아 시장은 어떨까?  



지난 3월 초 마이애미에서 Seatrade Global 크루즈 포럼이 열렸다. 시트레이드 글로벌 크루즈 포럼은 크루즈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포럼이다.  전 세계 크루즈 선사의 수장들이 모이고, 산업에 속한 업체들과 미디어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포럼으로 이곳에서 크루즈산업의 핫한 이슈 또한 앞으로의 미래 전망, 발전 방향을 토론한다.


 올해 3월에 열린 크루즈 포럼에서 주로 다루었던 토픽은 바로 “중국”  사실 요즘 중국은 어디 가나 토픽 거리이지만, 이곳 크루즈 산업에서 만큼은 중국시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을 홈포트로 크루즈를 운항했던 배만 18척, 총 48840회 항차 그리고 승객수는 24만 명을 넘었다. 게다가 아시아에서 상하이, 홍콩은 마이애미와 같이 일 년 내내 홈포트로 크루즈 운항을 하였고, 올해도 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만 해도 내가 크루즈 회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크루즈 여행 비싸지 않아요?’

‘상조회사 상품 그건갑네요’

‘그럼 크루즈 안에서 일하나요?’  (크루즈 회사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무조건 배안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초보자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상하이에서는 내가 크루즈 회사에 근무한다고 하면

‘제 지인도 지난달에 크루즈 탔었어요’

‘어느 크루즈 회사예요?’

‘크루즈 노선 어디 추천해요?’

‘콴텀 호랑 조이랑 어느 배가 더 나아요?’

딱 봐도 이미 크루즈를 접해본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도 크루즈가 상하이에 정박하는 날이면 오전부터 캐리어를 끌고 부두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가 있고,  크루즈 터미널을 가자고 택시기사님께 말씀드리면 택시기사님이 오늘 무슨 배가 정박해 있는지도 알고 계실정도 이다.


중국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앞장서서 터미널을 짓고, 확장하고, 크루즈 선사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하고 미팅을 열며, 관련 규정을 만들고, 시행한다. 시장의 변화에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래도 전체 크루즈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애미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결혼도 했고, 한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서 그다음으로 큰 시장인 중국으로 오게 된 것이다. 동시에 전체 시장의 12%나 차지하고 있는 지중해 다음으로 큰 시장인 아시아에서 배울 점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도 했다. 지금의 상하이는 마이애미 초기 시장과 아주 닮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이애미와 다르게 중국이라서, 아시아라서 겪는 특이점도 있다. 그 과정을 보는 재미가 이곳 상하이에는 있다.

그래서 이 산업에 종사하는 우리 모두는 콜럼버스 정신과  문화 전도사의 포지션으로 이 산업을 발전시키고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난 노동은 삶에서 떼낼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평생 먹고 놀고 살 수 있는 만큼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일을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수입은 있어야 원하는 삶을, 적어도 그에 가까운 삶을 살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진다. 그리고 ‘이왕 할 노동이라면 웃으며 하자.’, ‘적어도 내가 노동을 하고 나서 보람을 느끼는 일을 하자.’라는 게 내가 지켜온 노동의 원칙이다.   


많은 취준생들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나요? '

'어떤 스펙을 쌓으셨나요? '

'영어는 얼마나 잘해야 되나요? '


이런 조건들은 사실 중요치 않다.  



제발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xxx기업 채용공고!' 안내가 뜨자마자, 그 기업이 어떤 기업인지 찾아보지도 않고, 먼저 자격요건을 보고 난 뒤 CV를 넣을지 말지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보다도 먼저 내가 어느 산업에 종사하고 싶은지, 무엇을 해야 가장 기분이 좋은지, 어떤 일을 한 후 보람을 느끼는지를 충분히 생각하고, 조사하고, 공부해야 한다.


즉, 나 자신을 먼저 들여다 보라는 거다.  



대학생 때 한비야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라는 책에서 ‘무엇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가’ ‘가슴이 뛰는 일을 찾아서 해라’가 주된 메시지 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나는 그 말을 믿진 않았다. 대학시절 집안 형편상 아르바이트를 두세 개나 하고 학비와 용돈을 벌어야 했던 나에게 가슴이 뛰는 일이란 그저 먼 나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은 존재했다. 지금도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있다. 일 자체가 가슴을 뛰게 할 수도 있지만, 특정 나라가, 지역이, 그리고 사람이, 산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형편이 되어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 난 뒤 결정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아깝고, 금전이 아쉬운 사람들은 이것저것 다 해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들여다 보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신중하게 직업을 결정해야 한다.  



어제도 누군가의 질문에 같은 대답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가 나에게 ‘왜 상하이로 오셨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크루즈가 좋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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