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었던 나의 첫 크루즈 승객
5일간 뱃멀미로 고생을 하고, 6일째부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었다.
레전드호 안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다이닝 정찬 레스토랑과 윈재머라는 뷔페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다이닝룸은 각 웨이터마다 본인의 테이블이 있어서, 테이블에 앉는 고객은 본인의 고객이며, 그 고객은 하선할 때까지 나의 고객이 된다.
나의 첫 노선은 14일 크루즈였으므로, 14일 동안 늘 같은 승객이 같은 테이블로 와서 식사를 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14일간 승객과 친해질 수밖에 없고, 또한 처음에는 서로 몰랐던 사람들과도 14일간 늘 같은 시간에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다 보니, 서로 친해져서,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
첫날 얼굴을 익히고, 며칠을 뱃멀미로 나오지 않다, 6일째에 승객을 뵙고 인사를 드렸더니, 깜짝 놀라시며 안아주신다.
“Nayoung! We missed you, How are you? Areyou good?”
나영, 너 괜찮아? 우리 다 너 보고 싶었어! 괜찮은 거지?
눈물이 났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누군가가 걱정해주고, 위로해주니, 난 안 괜찮았었나 보다.
괜찮냐고 묻는 그 한마디가 너무 고마웠고, 하선할 때까지 짧았지만 이 사람들이 나의 가족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었다. 특히, 한 미국인 부부가 나를 유독 딸처럼 대해주셨었는데, 다음날 그분들이 나에게 USB 스틱을 하나 주시며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분들이 나에게 해주셨던 말이, 앞으로 3년간 승무원이란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도록 만들어 주었으며, 지금까지도 내가 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며 자부심을 잃어본 적이 없게끔 만들어 주었다.
“우리가 이집트에 내려서 찍은 사진들이야. 너는 아파서 배에서 못 내리고 누워있었을 것 같아서, 우리가 찍은 사진 복사해서 왔어. 첫날에 우리한테 너도 이집트 처음 가본다고 스핑크스 보고 싶다고 신나 있었었는데, 얼마나 아쉬웠겠니. 사진 많이 찍었으니깐 이번에는 사진으로 보고, 다음번에 꼭 한번 가봐. 엄청 멋졌단다. 그리고 어제 일몰이 너무 멋졌단다. 이집트에서 본 피라미드, 스핑크스도 멋지지만, 해상에서 보는 일출, 일몰이 크루즈에선 가장 멋지단다. 너도 시간이 되면 꼭 보았으면 좋겠다. ”
감사하다는 말만 계속해서 하고 있는 나에게, USB 스틱을 쥐어주며 손을 놓지 않았던 그 승객이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바다에서 멋진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건, 너 같은 크루들이 열심히 일해주기 때문이란다.
나영아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