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건가 진짜 우리 엄마?
엄마는 일주일 내내 투석을 해야 하는 외할머니 간병을 하고 그다음 일주일은 아빠랑 치매인 친할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일주일 내내 고단했을 거다. 외할머니 목욕을 시켜드리고 때마다 가정 투석을 진행한다. 엄마가 몇 살이더라 생각해 보니 벌써 50 후반이다. 그래도 엄마는 우리한테 힘든 내색 하나 없이 몸이 불편한 게 마음이 불편한 거보다 낫다며 웃곤 한다. 왠지 이번주는 엄마가 기운이 없어 보인다. 무릎이 시큰거리며 아프다는 엄마.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간병하면 간병하는 사람은 병든다고.
너무 당연한말. 마음으로는 이모들에게 맡기라고 하고 싶다. 딸의 입장에서는 다 필요 없고 우리 엄마 건강이 우선이다. 이런 마음을 누구보다 아는 엄마는 내 앞에서는 아픈 티를 더 내지 않는다.
엄마는 본인이 힘이 되는 날까지 외할머니를 간병하고 싶다고 한다.
그게 할머니를 위한 일 같지만 결국 본인을 위한 일이라며. 알 거 같다. 엄마의 마음을.
엄마는 그런 사람이다.
한참 엠비티아이가 유행이어서 너도나도 명찰처럼 붙이고 다니는 그때 (지금 도그런가?)
엄마랑 엠비티아이 검사를 해봤었다.
엄마는 인프제가 나왔었다. 편견이라면 편견인데 인프제 설명 대부분에 끄덕였다.
엄마는 인프제설명을 꽤나 즐거워했다. 자기와 꼭 맞는다며.
왠 이런 게 유행이야 라고 하면서 웃어넘길 줄 알았는데
엄마는 꽤나 진지하게 인프제의 설명과 본인을 비교한다.
인프제 우리 엄마의 특징은 이렇다.
(*일반화절대 아닙니다)
무거운 짐을 들을 때도 혼자 재활용쓰레기를 잔뜩 들고나가서 버릴 때도 엄마는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장바구니도 내손에 들려있는 꼴을 못 본다. 내가 세 번 정도 실랑이를 해야 가져올 수 있다.
초등학교 운동회, 소풍을 함께 하지 못했을 때 내가 처음 23살 취업했을 때 외할머니가 아파 집을 오래 비워야 했을 때 엄마는 진심을 다해 미안하다고 이야기했었다. 흘러가듯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닌 엄마의 사정을 이야기한 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엄마와 함께하는 운동회, 소풍이 왜 이리 많은지 맞벌이 가정이었던 나는 반에 한두 명 엄마가 못 오는 아이들과 점심을 따로 사 먹기도 하고 대부분은 친할머니가 도시락을 가져다주셔서 같이 먹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엄마는 미안하다고 했다. 그걸 난 이해했다.
처음 취업했을 때도 좀 더 풍요로운 환경이었으면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취업할 수 있었을 텐데 미안하다고 했다.
난 전혀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었던 터라 유학가기도 싫고 빨리 전공분야에서 경력 쌓고 싶다며 웃으며 큰소리쳤었다.
엄청 수줍음이 많고 모든 일에 너그러운 엄마지만 불같이 화를 낼 때가 있다. 내가 손해 볼 때 내가 갖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할 때.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 금전적 감정적 모든 것에...
가끔은 엄마일이 아닌데 내가 좀 열심히 해결해봐야겠네 라는 반성까지 하게 될 만큼 열성적으로 서포트해준다.
내가 퇴사를 할 때 매번 통보식의 이야기였다. 당연 성인이니 나의 결정에 내가 책임을 지는 것이기에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래도 엄마집에 들어가서 생활비 보태지 않고 사는 건데 어느 정도 이야기는 해야 예의라고 생각해서 마음은 퇴사를 하리라 굳게 정하고 항상 엄마에게 이야기(퇴사통보)했었다.
엄마는 한 번도 말린 적, 걱정스럽다고 염려의 말을 한 적이 없다.
네가 잘 생각한 거겠지, 다음 계획 멋지네, 바로 취업하지 말고 좀 더 여유를 갖고 다음 회사를 생각해 봐 이 정도만 들었던 거 같다. 이런 믿음이 오히려 나를 게으르지 못하게 했다.
감정적으로 굉장히 안정되어 있다. 어려서부터 지갑을 엄청 잃어버렸었다. 잃어버려서 속상한 마음과 엄마한테 혼날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뒤섞여 온종일 울었던 거 같다. 엄마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자마자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이야기했다. 엄마는 에이그 잘 찾아봤어? 한마디 하고 그냥 넘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회사에 가기 전 나를 부른다. 몇천 원이 들어있는 새로운 지갑을 건넨다.
"00아 돈을 지갑하나에 다 넣는 거 말고 여러 군데에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이번엔 그렇게 돈을 보관해 볼까?"
너무 어릴 때 일들이지만 생생히 기억이 난다. 엄마한테 고마웠기 때문에.
초등학교 1, 2학년 땐가 인형 뽑기에 눈이 멀어 언니랑 거의 몇만 원어치를 해서 인형 몇십 개를 딴 적이 있었다. 엄마는 집에 쌓여있는 인형을 보고는 길 건너 인형 뽑기 가게에서 작은 인형 30개랑 큰 인형 1개랑 교환을 해주니 교환해오라고 시켰다. 인형은 동네사람들 다 보이게 양손 가득 보자기에 싸주었다.
가는 내내 창피해서 언니랑 거의 바닥만 보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는 인형 뽑기를 끊었던 거(?) 같다.
한창 어려운 상사 밑에서 일을 했을 때가 있었다. 그 상사 특징이 한창 괴롭혀 놓고 일정 기간을 두고 선물을 챙겨줬었다. 어느 날 그 상사가 꽤 고가의 바디로션을 선물로 챙겨 줬었다. 본인 안 쓴다면서 선물 들어온 건데 가지라며,,, 나는 엄마에게 이 딴 것도 선물이라고 줬냐며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마구 나쁜 말을 쏟으며 비하했었다.
엄마는 가만히 듣고선
"그러게~ 근데 이거 좋은 거 같다. 줄사람 많을 텐데 굳이 챙겨준 거 보면 울 딸 일 잘하긴 하나 봐,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야 00아. 상대방이 의도가 없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아. 엄마가 경험해 보니까 굳이 깊게 생각해서 비약할 필욘 없더라고 고마웠던 건 바로 고맙다! 생각하고 미운건 바로 밉다! 생각하면 되는 거 같아.
굳이 스트레스받으면서 나쁜 생각 나쁜 말 많이 하지 말라고 우리 딸. "
사람이 당연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 엄마는 나한테 언제나 100점이다.
내 닮고싶은 사람이고 내가 겪은 최고의 인격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