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그 이후… 두번째 이야기
나의 심란한 마음과 상관없이,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그리고, 드디어 만나기로 한 날. 3번째 만남이라, 아직 어색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어색함은 나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왜냐하면 상대를 만나기 전까지 “내가 이혼을 한 사실을 언제 이야기하는가?!”를 고민하느라 정신없었으니까… 소개팅 상대(A)를 만나고 나서, 우리는 평범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카페에 갔다. 그리고, 카페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이야기를 나눴지만, 사실 그때 A와 한 이야기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A와 대화를 하고 있었지만, 난 그 대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느라 정신없었다. A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호시탐탐 나의 이혼 사실을 터 놓을 타이밍을 찾는데 내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카페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서, 부랴부랴 밖을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그때 용기를 내서, A를 불렀다.
A야! 그런데 말이야, 내가 너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뜬금없는 나의 진지함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보이던 A는 이내 나에게 무슨 할 말이냐고 물었다. 솔직히 그때까지도 내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 말지 속으로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살짝 불안한 모습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A에게 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사실 너에게 이야기하지 않은 게 있는데... 나 한번 갔다 왔어.
이야기를 한 순간, 마치 내가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상대를 기만하고, 무언가 위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이렇게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형언할 수 없는 죄책감에 A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A는 내 이야기에 크게 놀라지 않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어.
A의 대답에 놀랐다. 나는 최대한 아닌 척하려 했는데, 어딘지 모르는 부자연스러움이 티가 났었나 보다. A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전 아내와의 관계는 명확하게 정리된 거지? 그럼 된 거지. 이혼이 무슨 죄도 아니고 말이야. 난 상관없어.
A의 쿨한 대답에 안도감이 들면서, 동시에 수치심도 느껴졌다. 이혼이라는 사실에 대해, 나만 혼자 심각하게 생각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대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데, 나만 홀로 이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나 자신을 정죄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A에게 실컷 욕설을 들을 거라 각오했었는데, 너무나도 쿨 한 반응에 나도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고 있는데, A는 이런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바로 화제를 돌리는 말을 했다.
그래서, 다음엔 언제 만날까? 이번엔 내가 너 사는 곳 근처로 한번 가고 싶은데 말이야
따뜻한 A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대답했다.
그래! 다음엔 우리 집 근처에서 보자. 내가 정말 맛있는 맛집을 알고 있어. 꼭 거기 가서 저녁 먹자!
그렇게, A와의 3번째 만남은 끝이 났다. 3번의 만남을 통해,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감사했고, 왜 이제야 이런 사람을 만났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A를 만나면서, 내 안에 있던 "이혼"이라는 주홍글씨와 죄책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더 정확하게는,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죄책감의 정체를 깨닫게 된 것이었다. 완벽한 결혼 생활을 꿈꿨지만, 그 생활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던 나 자신에게 쥐어져 있던 채찍을 뺏을 수 있게 된 계기였다.
A와 3번째 만남을 통해, 홀가분한 마음이 된 나는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