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를 구하는 건 상대가 용서해 줄 때까지 구하는 게 진정한 용서
업무에 불편을 드렸다면 죄송해요. 그런데 이런 건 직접 말씀해 주시는 게 어떨까요?
협력기관 신입직원이 나에게 한 말이다. 협력기관의 신입과 업무를 하는데, 자꾸만 상대가 날 자신의 부하직원처럼 하대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기관 사람이면 한마디 하겠는데, 타 기관 사람이라 에둘러서 좋게 그러지 말라는 의사표현을 여러 번 표현했다. 하지만 그 신입은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난 답이 없어 그 직원 소속 팀장에게 해당 건에 대해 그 직원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한 조언을 구하게 됐다.
그리고 며칠 후 실무회의에서 만나서 회의를 마친 후에 그 신입직원이 나에게 와서 한 말이 바로 위에서 한 말이다. 상대의 의도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신입직원이 나보고 비겁하다 비판하는 기분이 들었다. “비겁하게 자신과 이야기 안 하고 팀장에게 고자질하지 말라”는 말로 들렸다.
난 그녀의 태도가 어이가 없었다. “일단 더럽지만 사과는 한다. 근데 비겁하게 뒤에서 날 까진 말아달라.”란 이야기로 날 비겁하다 돌려 말하는 것보다, 자신이 사과했으니 난 용서 해줘야 한다는 태도가 화가 났다.
내가 꼰대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과는 상대의 입장에서 해야 하는 게 맞다 생각한다. 나 또한 진심으로 사과를 할 땐 상대의 입장에서 그가 진심으로 용서를 해 줄 때까지 여러 번 사과의 말을 한다. 물론 회사에서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거나 협력 기관 신입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바라는 건 아니다. 나 또한 맘에 없는 사과를 하기도 하니깐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따르는 철칙은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사과의 말 이외에는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아무리 무미건조한 관계라도 상대를 질책하는 듯한 말을 하면 그건 사과가 아니라 또 다른 하대나 언어폭력이 된다 믿기 때문이다.
난 신입직원의 “당신이 왜 화내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난 사과했으니 지금까지 일은 퉁 칩시다. 다만 찌질하게 뒤에서 꼰지르지 말고 나한테 직접 말하쇼!”라는 태도를 보고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기로 했다. 상대에게 “난 여러 번 당신에게 이야기를 했고 그걸 캐치 못 한건 너다. 난 용서해 줄 생각이 추호도 없으니 가식적인 사과는 집어 쳐라”는 논조의 말을 순화해서 전하고 자리를 떴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다시 한번 용서의 폭력성에 대해 생각해 봤다. 상대가 사과를 하면 무조건 용서를 해야 하고, 그러지 않으면 소인배라는 생각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고, “나중에 안하무인인 사람을 만나면 이런 사과의 폭력을 이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며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