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가 주는 베네핏은 꼰대력만은 아닌 것 같다

나이는 그냥 먹는 건 아닌가 보다

by 나저씨

"그건 지시사항 이신 거죠?"


팀장과 날 선 전화통화를 마쳤다. 일을 하는데 협력업체에서 (내 생각엔) 도리를 넘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 같아 화가 났고, 이런 협력업체의 만행에 대해 묵인하는 팀장에게도 화가 나서 내가 뱉은 말이다. 팀장과 나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나도 기분이 나빠서 팀장의 의견에는 반대하지만, 지시사항이니 따르겠다는 말과 함께 전화를 마쳤다.


전화를 마치고 난 후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내가 왜 화가 나는지 잘 몰랐다. 전화 이후, 잠시 조용한 곳에 앉아서 생각을 정리해 보니, 내가 화가 난 이유가 명확하게 정리됐다. 나는 팀장에게 화가 난 게 아니라, 협력업체에 화가 난 것이었고, 그 화를 팀장에게 풀었던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팀장에게 다시 한번 문자를 보냈다. 문자의 내용은 내가 화를 낸 상대는 협력기관이니,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메신저를 보냈다. 조금 있다, 팀장에게서 회신이 왔는데, 팀장도 내 생각을 이해하지만, 자신도 고민을 많이 해서 나온 결론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팀장과 오해를 풀었다. 오전의 날 선 전화통화는 잘 마무리되었고, 팀장의 회신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기회가 되었다.


30대의 난 고집이 매우 셌다. 내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상대가 누구인지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팀장과 잦은 마찰이 있었고, 그렇게 난 "일은 잘 하지만 컨트롤하기 까다로운 인간"으로 취급됐다. 물론 지금도 나의 성향은 바뀌지가 않았다. 하지만 문제를 대응하는 것에 대해 30대였을 때 보다, 훨씬 지혜롭게 대응을 하게 된 것 같다. 화를 낼 때도 엉뚱한 상대에게 화를 내지 않게 되고, 나의 감정을 좀 더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나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있어서도 훨씬 부드럽지만 단단한 어조로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을 보니, 내가 나이를 의미 없이 먹은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둥벌거숭이 같던 내가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주위의 불쾌한 상황들을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을 보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저씨 촬영 및 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