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감으로 재료 썰다, 내 손톱도 같이 썰어버렸네
주말 동안의 마늘 2kg 채썰기 폐관(?) 수련의
영향인지, 이번 주 수업은 지난주 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요리도 익숙해지면서,
요리 순서가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업을 받고 요리 실기에 돌입
칼을 잡고 거침없이 재료를 썰어가기 시작했다.
거침없다고는 하지만,
남들보다 2배 느린 속도였다.
(지난주 3배 느린 속도보다 빨라진 것이다.)
재료를 손질하고,
오징어를 가르쳐준 대로 손질하는데,
처음으로 오징어를 내 손으로 만져봤다.
미끈거리는 오징어의 배를 가위로 가르고,
내장을 꺼냈다. 먹물집도 떼어 버리고,
오징어 껍질도 벗겼다.
그렇게 오징어를 벗기는데 까지는 순조로웠다.
다른 수강생들보다 한참 뒤처지기는 했지만,
재료와 칼질이 내 손에 익기 시작했다는 것
만으로도 난 만족하면서
들떠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발생했다.
생강조각을 채썰기 하는데,
갑자기 손톱이 따끔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황급히 손을 든 칼을 멈추고 손을 봤더니,
약지(네 번째 손가락)의 손톱이 잘려 있었다.
다행히 피부까지 잘리진 않아서 괜찮았지만,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조금만 힘을 더 줬더라면
내 약지가 어떻게 되었을지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그리고 요리를 할 때, 자만심에
주의가 흐트러지면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재료를 집중해서 손질하기 시작했다.
급하지 않게 천천히 손질하고,
요리를 하고 나니 이미 수강생의
절반 이상이 요리를 끝내고
집에 돌아간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수업시간 동안 요리 2개를 해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완성된 음식을 접시에
플레이팅하고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사진을 찍었다.
요리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시간은 이미 저녁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어깨와 허리도 아픈 상태라서,
집에 오자마자 샤워만 하고
잠을 자려고 했는데, 주방의 건조함에 있는
주방 용기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정리를 했다.
그렇게 정리를 하고 샤워를 한 뒤에
침대에 누웠는데, 오늘 한 요리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복잡한 순서 때문에, 기억을 못 할 거라
생각한 것들이 신기하게
머릿속에서 다 기억나는 것이었다.
난 오늘 수업을 통해,
욕심을 버리고 노력하면,
요리에 똥손인 나도
중간을 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한 영역에 탁월함을 가진 재능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꾸준하게 나아가는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인생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욕심만 버려도
내 인생이 얼마나 편안해지는지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며, 남들이 보기에 사소한 일들이
사실 인생에서 얼마나 큰 여운과 영향을 주는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평범함이 주는 행복에 대해 다시 한번 곱씹으며
내 주위에 다른 평범한 행복을 찾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