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이혼하러 갑니다

It is okay not to be okay

by 나저씨

괜찮은 척하고는 있지만, 결국 난 괜찮지 않았던 것 같다. 이혼을 위해 법원에 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사가 빠진 것처럼 무언가 삐걱대는 것이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몸은 이상증세를 보이는데, 난 이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 몸과 정신은 이혼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 같다. 마치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 듯한 이 기분은 그다지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오늘은 핸드폰과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들과 SNS에 올린 사진들을 오랜만에 찾아봤다. 그리고, 하나씩 아내가 있는 사진들을 찾아 지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지운 사진첩은 바로 결혼식 장면을 찍어서 올렸던 사진들이었다. 여태까지 사진들을 지우지 않고 무엇했냐 할 수 있겠지만, 사실 많이 주저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결혼사진을 지우는 순간 나의 7년의 삶이 모두 한 순간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어버릴 것 같다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은 결혼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의 가장 찬란했던 시간들을 담았던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혼사진을 지우고, 천천히 사진앨범의 사진들을 찾아봤다. 그리고, 시간 역순으로 올라가면서, 아내의 사진이나, 아내와 함께 했던 곳들에 대한 사진을 지우기 시작했다. 사진을 지우면서, 내 몸의 한편이 찢겨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언어적 표현이 아니라, 진짜로 옆구리가 쑤시고, 위에서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내 기분은 슬프거나 괴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아주 괴상한 현상을 겪고 있었다.




정말 많은 사진들을 지워나갔다. 사진을 지워나가다 보니 7년의 시간 중에 많은 곳의 나의 추억이 내 인생의 기록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사진을 지우고 난 뒤엔, 결혼 앨범과 사진을 정리했다. 사실 결혼 앨범과 액자는 고향집에 있었기 때문에, 동생에게 전화하여 나 모르게 버려달라 했다. 아니 태워달라 했다. 내 삶에서 아내와 있었던 모든 추억을 다 태워서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던 아내와의 결혼사진이 담긴 액자들을 꺼내서 사진을 꺼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한 곳으로 모아 놓고, 손에 들어서 반으로 찢었다. 아니 찢지 못했다. 사진을 들고 한참 동안이나 찢지 못하고 그냥 들고만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참았다. 그리고, 다시 사진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고, 바로 손에 힘을 줘서 들고 있던 사진들을 모조리 찢어버렸다. 반으로 찢고, 찢어진 사진을 다시 반으로 찢었다. 그리고, 쓰레기봉투에 넣고,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가서 버렸다. 왠지 집안에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진들을 정리하고 난 후엔, 아내와 함께 준비했던 서류들을 버리기 시작했다. 대학원 원서, 입시용 영상과 내가 작업한 편집 영상... 그리고, 결혼기념일과 그녀의 생일날에 보냈던 편지들... 사실 대부분의 자료들이 종이로 프린트된 것이 아닌 컴퓨터 파일이었지만, 파일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안의 내용을 보는 건 쉽지 않았다. 그렇게, 그녀와 관련된 파일들을 모조리 지우고, 휴지통에 가서 완전 삭제했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까지 써왔던 일기는 그대로 뒀다. 일기만큼은 지울수가 없었다. 아내와의 추억도 있지만, 내가 아내와 있으면서 겪은 고통이 그대로 기록되어있는 일기는 지워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기는 지우지 않고 그대로 남겨뒀다.




이렇게 아내와의 추억들을 지우는데, 하루라는 시간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7년이라는 시간이 절대 짧은 기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을 지우면서, 아내가 얼마나 나와 우리 가족에 이기적이었는지와 자신만을 생각했던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간이기도 했다.




언제쯤이나 이런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변화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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