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5] 이혼하러 갑니다

나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

by 나저씨

어제 주변 물건들을 정리했는데도, 물건들이 전부 정리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어제 버리고 남은 짐을 마저 정리했어 쓰레기장에 가져갔다. 그리고, 난 쓰레기장 앞에 한동안 서 있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내 결혼 생활이 기껏 쓰레기봉투 2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허탈했고, 지금까지의 내 시간들이 허무하게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사실을 생각할수록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렇게, 난 쓰레기통을 한참 바라보다가, 마음을 다 잡고 들고 있던 쓰레기봉투를 수거함에 던졌다. 쓰레기를 버리자마자, 난 바로 뒤로 돌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쓰레기통에 가서 버렸던 모든 것을 다 가져올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결혼생활은 쓰레기봉투 2개로 전부 정리가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가 이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근본적으로 다가온 생각은 "인생 실패"라는 단어였다. 요즘은 이혼하는 것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졌다면서, 날 위로해 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나에게는 다른 사람들의 위로가 크게 도움이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저 나 자신 스스로 "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 스스로 인생 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어버렸던 것이다. 이 낙인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찍은 주홍글씨였기에, 아무도 날 구원해 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사설을 이야기하자면, 난 요즘 가족이 나오는 예능 프로나 아이가 나오는 프로는 시청하지 않는다. 그런 프로가 티비에 나오면 난 바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그냥 티비 안의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티비에 나오는 가족이 아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나 또한 아이를 갖고 살아가는 꿈을 꾸게 되고, 아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서, "왜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하는 걸까?" 하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이었다.


역시 아직까지 내 심리상태는 괜찮은 척하려고 노력하지만, 괜찮지가 않은 상황인가 보다. 그리고, 아마 내가 이런 감정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난 한 가지만은 확실히 알고 있다. 그건 바로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라는 것을 말이다.



감사하게도 주위에서 나의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주위 지인들은 새로운 사랑이 나의 깨어진 관계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도 이야기해준다. 이 자리를 빌어 그들의 위로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위로가 나 자신을 구원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나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남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 일어서서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요즘 코로나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독고사에 대한 두려움과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무서움 등이 커지면서, 내가 다시금 동굴로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혼 소송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다시 한번 나의 마음을 다 잡으려고 한다.


나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 자신뿐이란 것을 기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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