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이 아닌 쌈을 싸는 이유

네이밍의 중요성

by 나저씨

내 글을 꾸준히 읽어온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나에게는 썸을 타고 있는 친구가 있다.

사실 서로 알고 지낸 지 3년이 넘었으니

썸이 아니라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여전히 나는 썸이 아닌

쌈을 싸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다.


그 친구와 내 전처의 이름이 똑같다.

이름만 같아도 놀라운데 성까지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친구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본 적이 없다. 정말 한 번도 말이다.

이게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막상 그 이름을 부르려 하면 목구멍에서

막혀버린다. 그리고 그 이름을 의식하는 순간,

갑자기 전처의 기억이 밀려와서 나도 모르게

모든 관계에서 소극적으로 변해버린다.


어떻게 이런 운명 같은 인연이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름 외에는 모든 면에서

전혀 다른 동명이인인데, 내 감정은 그 둘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그 친구와는 썸이 아닌, 그저 고깃집에서 함께

쌈을 싸 먹는 인연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그 친구도 내가 이름을 부르지 않는

이유를 일고 있다. 우리가 만난 지 2년 정도

지났을 때 친구가 전처와 동명인 사실을 털어놨다.

더 정확히는 친구가 왜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지 궁금해해서,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친구는 내 상황을 이해해 줬다.

그리고 이름 대신 자신을 '하짱'이라는 별칭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내가 왜 하필 '하짱'이냐고 물었더니,

친구가 이렇게 답해줬다.


"내 별칭을 하짱이라 한 이유는..."


[곧 나올 책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짱이 여름휴가 중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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