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일기] 교제하는 이유

불타는 사랑보다 은은한 촛불 같은 관계를 원한다

by 나저씨
나저씨 그림


하짱과 난 교제를 하고 있다.

굳이 연애가 아닌 교제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의 만남이

애정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우리 둘 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지 않는다.

이미 많은 걸 경험한

우리에겐 하나의 결론이 있다.

관계의 영속성을 위해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건 우리만의 결론일 뿐이다.)


우리는 서로 감정에 휘둘리는 만남을

피하려 한다. 감정의 휘발성과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서로 믿으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원한다.


상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이게 우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관계다.


중년의 우리에겐 불타는 사랑보다

은근히 타오르는 촛불 같은 관계가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오랫동안 은은하게 지속되는

그런 만남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나 때문이다.

불타는 감정에 따라 결혼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만남에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물론 이게 현명한

선택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답은 몰라도

실패한 이유는 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하려한다.

그건 바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


그래서 나는 하짱과 연애가

아닌 교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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