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사랑보다 은은한 촛불 같은 관계를 원한다
하짱과 난 교제를 하고 있다.
굳이 연애가 아닌 교제라고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의 만남이
애정에 기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우리 둘 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지 않는다.
이미 많은 걸 경험한
우리에겐 하나의 결론이 있다.
관계의 영속성을 위해 필요한 건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건 우리만의 결론일 뿐이다.)
우리는 서로 감정에 휘둘리는 만남을
피하려 한다. 감정의 휘발성과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서로 믿으면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그런 관계를 원한다.
상대에게 기대하지 않는다.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다.
이게 우리가 서로에게 바라는 관계다.
중년의 우리에겐 불타는 사랑보다
은근히 타오르는 촛불 같은 관계가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오랫동안 은은하게 지속되는
그런 만남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나 때문이다.
불타는 감정에 따라 결혼했다가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만남에선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물론 이게 현명한
선택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답은 몰라도
실패한 이유는 안다.
그렇기에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하려한다.
그건 바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
그래서 나는 하짱과 연애가
아닌 교제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