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를 움직이기 위하여
오늘 나는 해서는 안 될 일을 했다.
전처의 SNS를 들여다본 것이다.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그런데도 궁금함이 이성을 압도했다.
나와 헤어진 후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도저히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결국 3분 남짓 그녀의 SNS를 훑어보며
몇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전처는 한국에 돌아와 있었다.
나를 떠나며 “외국에서 새롭게 시작하겠다”던
그녀였는데, 결국 한국 땅을 밟고 있었다.
둘째, 내 바램과는 반대로 잘 지내고 있었다.
내 지원으로 취득한 학위를 활용해 강의도 하고,
다양한 워크숍 활동에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몇 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녀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이혼 전
내가 그녀에게 국내에서 함께 살면 도와주겠다며
제안했던 바로 그 활동들이었기 때문이다.
내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토대 위에서
그녀가 꽃을 피우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다.
억울하고 분했다.
전 처의 SNS를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핸드폰을 껐다.
그리고 그 순간, 꺼져가던 내 가슴속 열정에
기름이 부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옳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복수심이 다시 타올랐다.
이상하게도 그 복수심이 나를 짓누르던
슬럼프를 깨뜨리는 강력한 동력이 되어주었다.
이제 무기력에서 벗어날 때다.
소파에 파묻혀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다시 일어서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제일 먼저 11월 개인전 준비부터 시작하자.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움직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