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밥, 그리고 햄
아침에 눈을 떴는데, 생소한 천장을 보고 놀랬다. 그리고, 밖에서 나는 음식 냄새를 맡고 나서, 내가 고향집에 왔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법원에서 이혼을 하고 난 후에, 난 바로 고향집에 내려왔다. 이혼하고 나서, 굳이 혼자 있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고는 집에 가서 편하게 잤다는 것이 큰 불효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프고 허전할 때는 엄마의 잔소리와 밥이 최고의 약이었다.
[어머니] 아따. 겁나 일찍 일어나부렀네. 머한다고 이렇게 일찍 일어났다냐. 아침밥 될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텡게, 잠 좀 더 자랑께~
엄마의 사투리는 언제 들어도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어머니도 내가 이혼하고 고향집에 내려온 것을 잘 안다. 사실, 이혼하라고 나보다 먼저 이야기하신 분도 어머니였다. 어머니가 봐도, 이 결혼생활은 잘못된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라고 생각하셨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잠을 좀 더 청한 뒤, 한 시간쯤 후에 일어났다.
[나] 엄니~ 배고프네. 밥 좀 주쇼 잉~
어머니한테 7살 먹은 애처럼 밥투정을 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아침밥을 한 상 차려서 가져오셨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반찬으로 말이다. 계란찜, 계란 프라이, 소고기 미역국, 어묵볶음 등...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음식만 만들어 오셨다. 그리고, 그 음식 중에서 나의 눈을 잡은 것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햄"
어렸을 때는 햄이 꽤 비싼 음식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 난 도시락 반찬으로 햄을 노래 불렀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핑크빛의 소시지를 반찬으로 주셨다. 그렇게 먹기 귀한 햄이었지만, 어머니가 그 햄을 넘치게 주시는 때가 있었다. 그때는 바로, 내가 몸이 아플 때였다. 내가 아파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햄에 계란옷을 입혀서 정성스럽게 구우신 걸 내어 놓으셨다. 지금이야, 더 이상 햄을 좋아하지도 않거니와 잘 먹지도 않지만, 그 햄 반찬을 내 아침상에 한 접시 가득 담아서 내놓으신 거였다. 어머니 당신께서 유일하게 하실 수 있는 언어로 나의 고통을 달래주시려 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밥상에 앉아서 햄을 바라보고 있자니, 울컥하고 눈물이 터져 나올 거 같았다. 그래도, 울면 안 될 것 같아서, 헛기침을 하고 어머니한테 이야기했다.
[나] 아따~ 나 이제 햄은 먹지도 않는디, 머 이렇게 많이도 부쳤당가~
일부러 말도 안 되는 억지로 엄니에게 농을 건넸다. 그런데,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이신 어머니는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화답하셨다.
[어머니] 너 줄라고 만든 거 아녀~ 쫌있다, 니 조카들 오는디 갸들 줄라고 만든거랑께~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했다. 나는 아침 8시에 밥을 먹고 있었고, 조카들은 오후 5시나 돼야 오기 때문이다. 누가 봐도 나를 위해 만든 햄 반찬인데, 내가 마음 상할까 걱정하여 말씀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너무 죄송한 생각밖에 들질 않았다. 하지만,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고, 아침밥을 먹었다.
한참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나에게 말을 걸어오셨다.
[어머니] 아따~ 햄도 쫌 먹어라~ 잉~ 햄도 먹고 밥도 한 그릇 더 먹으랑께~
나에게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햄 반찬을 다 먹었다. 그리고, 밥상을 물리면서, 맘에 없는 말을 했다.
[나] 나 햄 안 먹으니까, 담부터 햄 반찬은 하지 마랑께~
어머니는 내 이야기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설거지를 하시기 시작하셨다. 그렇게 설거지를 마치시고 난 후에, 나에게 사과를 깎아서 가져오셨다. 그리고, 나와 함께 사과를 먹고 있는데, 뜬금없이 나에게 말씀하셨다.
[어머니] 난 갸 얼굴이랑 목소리도 기억이 안 난당께~ 칠 년 동안 2번 오고, 전화도 거의 안 해서, 솔직히 나는 네가 갸랑 결혼했다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였당께~ 잘혔다~ 고생혔고~
난 어머니가 이 이야기를 나에게 건네기 위해, 얼마나 용기를 내시고 고민을 하셨을지 잘 안다. 그리고, 어머니의 마음에 못을 박은 불효자이지만, 어머니의 마음에 근심을 덜어 드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나] 아따~ 나 이제 괜찮당께~ 갸 다 잊어버렸당께~ 인자, 집에도 많이 와서 엄마 밥도 많이 먹을랑께 밥 많이 해주쇼잉~
어머니는 날 보고 딱 한 마디를 하시고 밖에 나가셨다.
[어머니] 쓰글놈~
그렇게 이혼 다음 날 아침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 반찬에도 어김없이 햄 반찬이 한 접시 가득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