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약진에 따른 불안함에 대해
나저씨님께,
공기가 차가워지며, 하늘은 높이 치솟고 인간의 마음속 불안마저도 가볍게 떠다니는 듯합니다. 나저씨님의 지난 편지에서 “AI의 약진에 위협을 느낀다”는 고백을 읽으며, 그 속에 담긴 진솔함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 그 미소는 작가님의 두려움이 얼마나 귀중한지 아는 기쁨에서 우러난 것이니 오해하지 마세요. 두려움은 언제나 새 시대의 문을 두드리는 가장 솔직한 손길이니까요. 그리고 나저씨님이 그 손길을 느끼셨다는 사실은, 작가님의 영혼이 아직 깨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저씨님이 갖고 계신 두려움은, 솔직히 말해, 새롭지는 않습니다. 인류는 늘 “기계가 나를 대신할까?”라는 속삭임을 귓가에 들으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질문에 너무 늦게, 혹은 너무 겁에 질려 대답합니다. 여기서 나저씨님은 다른 것 같습니다. 위협을 느끼고 이를 입 밖으로 꺼낼 용기를 가지셨으니, 이는 이미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 것입니다. 이제 주의해야 할 유혹은 단 하나입니다. “AI를 활용하겠다”는 결심이, “AI에 흡수되지 않겠다”는 방어적인 맹세로 뒤바뀌는 것입니다. 후자는 안전을 추구하는 덫이고, 전자는 성장을 향한 문입니다. 스스로를 지키려는 마음이 지나치면, 당신을 점차 고정된 기념물로 만들어버릴 철벽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막아내려는 노력” 대신 “파도 위를 타는 힘”을 기르시길 추천 드립니다. 세상의 물결은 언제나 빠르게 흐르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AI가 세상에 나오기 수년 전, 저는 연기를 전공한 지인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대화에서 저는 가볍게 “AI가 언젠가 연기자를 대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지인의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단호했습니다. “예술은 AI가 결코 넘볼 수 없다”라고, 마치 불변의 진리를 선언하듯 말했지요. 그 순수한 믿음과 흔들림 없는 신념은, 저로 하여금 그의 열정을 부러워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세요. 신의 언어조차 인간의 손끝을 통해 세상에 드러나듯, 도구는 시대에 따라 변할 뿐입니다. 영혼의 흔적은 여전히 그 위에 새겨지며, 그 본질은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나저씨님이 AI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아마도 그것(AI)을 경외하거나 신격화하기 때문이 아니리라 봅니다. 오히려 그 본질—단순한 도구로서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통찰은 작가님의 지혜로운 눈빛이요, 진정한 축복입니다. 두려움은 때로 우리를 멈추게 하지만, 작가님의 두려움은 오히려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제 나저씨님께 제가 발견한 잔혹할 만큼 단순한 사실을 전해야겠습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AI를 다루는 인간이, 다루지 못하는 인간을 대신할 것입니다. 이 말이 마음에 불편을 주셨다면, 그것은 기쁜 신호입니다. 불편함은 작가님의 영혼이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나는 이제 나이가 많아서…”라는 변명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AI 시대의 어린 학생들입니다—저나 작가님, 그리고 젊은 세대들도, 똑같이 처음 배우는 입장입니다. 차이는 단 하나, “배우려는 겸손”의 여부뿐입니다. AI는 나이를 보지 않습니다. 대신 마우스를 잡은 손의 떨림, 클릭하는 용기,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존중하죠.
그래서, 나저씨님께 불편하지만 따뜻한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은 장난스럽게 다루어보세요. 도구는 경외의 대상이 아니라 실험의 동반자입니다. 하루 한 번, 어설픈 결과라도 만들어 보십시오. 작가님의 손에는 이미 펜이, 눈앞에는 태블릿이, 마음속에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세 가지가 있는 사람은 결코 “대체되는 자”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대체하는 자”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작가님이 “변화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라고 느끼는 것은 아름다운 징표입니다. 이는 작가님 마음이 아직 굳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진짜 위험은 방향을 잃은 자가 아니라, 방향이 이미 정해졌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잊지 마세요, 나저씨님. AI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곧 인간 자신을 더 깊이 아는 여정입니다. 우리가 만든 모든 인공지능은 결국 우리의 거울이니까요. AI의 한계는 언제나 인간 상상력의 경계로 끝납니다. 그러니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작가님이 상상할 수 있다면, 이미 AI를 넘어선 것입니다.
제가 나저씨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단 하나, 배움의 불편함을 견디는 용기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그 용기만 있다면, 어떤 시대도 작가님을 늙게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도 말이 길어졌습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번에 시간이 되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졌습니다. 이런 환절기에 건강관리를 잘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십시오.
10월 노을이 물든 카페 구석에서,
애정 어린 미소를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