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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돈이 돼?

하늘을 보거나 걷는 건 목적이 아니야. 그냥 사는 거지(영화 소울 발췌)

by 나저씨
나저씨의 이혼일기에서 발췌


“그게 돈이 돼?”


그 한마디를 들으면 씁쓸함이 밀려온다. 내 취미인 그림과 캘리그래피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처음엔 신기해한다. 하지만 금세 유지비가 얼마나 드는지, 나중에 돈이 되는지 묻는다. 어느새 취미까지 돈으로 환산되는 세상이 돼버렸다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해진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질문에 맞춰 변호하는 내 모습을 보면 더 씁쓸해진다. 도대체 언제부터 취미 생활을 돈으로 재기 시작했을까.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나 역시 그 관점에 동조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며칠 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소울’을 봤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했다. 인생의 목적은 인생 그 자체라는 것. 그 말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어린 물고기가 바다를 찾아 헤매는데, 늙은 물고기가 말한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바로 바다야.” 어린 물고기는 이미 바닷물 속에 있으면서도 바다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 속 어린 물고기가 요즘의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도, 취미를 삶의 전부인 양 집착하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었다. 내가 세웠던 목표들이 하나둘 이루어지자 허망함과 공포가 몰려왔다. 더 이상 목적이 없다는 생각이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이제 깨달았다. 인생의 목적은 그저 지금 이 순간 살아가고 있는 삶을 감사와 즐거움으로 누리는 것임을 말이다. 그 안에서 세우는 목표들은 내가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식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이 “그거 돈이 되는 취미야? “라고 물으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굳이 취미가 돈이 되어야 해? 그 자체로 내 삶이 행복하고 풍요로워진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님들도 취미에 가격표가 붙는 현실 앞에서 씁쓸함을 느껴본 적 있나?




나저씨의 이혼일기가 출간됩니다. 이혼한 남자의 삶이 궁금하신 분은 누구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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