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까미노 프로젝트] 스페인으로 2주 동안 튀겠습니다

벌써 튈 생각에 가슴이 둑흔둑흔

by 나저씨

순례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자마자,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도대체 어디를, 얼마 동안 걸을 것인가?"


호기롭게 결심은 했지만 당장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보통 '순례자의 길'이라 하면 800km 대장정을 떠올린다. 꼬박 30일은 걸어야 하는 거리다. 관련 서적을 찾아봐도 온통 800km 완주기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 매인 몸이다. 한 달짜리 휴가는 언감생심,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먼저 내가 낼 수 있는 현실적인 시간을 계산해 봤다.


최대 2주


연차와 주말,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영혼까지 끌어모으면 딱 2주(14일)가 나왔다. 왕복 이동 시간 2일, 현지 적응과 돌발 변수를 대비한 예비일 2일을 빼면, 오롯이 걸을 수 있는 시간은 '10일' 남짓. 목표는 정해졌다.


'10일 동안 걷기'.


기간이 정해졌으니 다음은 루트다. 800km의 긴 여정 중 어디를 잘라내어 걸을 것인가. 짧은 일정에 맞춰 구간을 정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자료를 뒤지며 고민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전 구간을 걷지 않아도 일정 거리 이상만 걸으면 '순례 증서'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확인해 보니 최소 기준은 '100km'였다. 100km라면 열흘 동안 무리하지 않고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거리처럼 보였다.


나는 극한의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러 가는 수행자가 아니다. 그저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무너진 자존감을 회복하러 가는 평범한 중년일 뿐이다. 그런 나에게 100km는 걷기에 도전이지만 도달하지 못할 도전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자! 이제 기간과 거리는 정해졌다. 마지막 퍼즐은 루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스페인 길(프랑스 길)'의 마지막 구간을 걷기로 잠정 결정했다. 기간(10일), 거리(110km), 그리고 루트(스페인 길)까지. 모든 뼈대는 세워졌다.


자, 이제 이 다음은 무엇부터 준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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